국민의힘이 김문수 대선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에 돌입하자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이인제 방지법(경선 탈락 후보 본선거 출마 금지)이 파훼 된 것이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10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 107명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후보 교체를 위한 절차를 결의에 따라 부득이 진행했다"며 "김 후보 측 주장대로 역선택 방지를 도입하지 않으면 표심이 왜곡된다"고 공지했다.
김 후보 자격 취소와 관련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뿐만 아니라 이인제 방지법(공직선거법 제57조2항)이 파훼 된 것이냐는 지적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은 단톡방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비대위에 묻겠다. 어제 후보 등록 재공고는 한덕수 1인만을 위한 것이 맞냐"며 "아니면 모든 경선 과정을 무력화하고 이인제 방지법까지 파훼하고 후보 전체에 등록 기회를 다시 연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이인제 방지법은 정당이 당내 경선을 실시하는 경우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본선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대선 후보 교체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무효화된 것이라면 다른 경선 후보들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겠냐는 취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어떤 의원이 이인제 방지법 파훼 여부를 물었다"며 "이인제 방지법을 언급할 정도면 당 지도부의 대선 후보 결정이 내부적으로도 절차적·법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초선, 재선, 중진 의원 등은 권 원내대표의 공지에 반발하고 나섰다. 권 비대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후보는 신속한 단일화 주장으로 국민과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놓고 막상 후보가 되자 시간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 김 후보에게 단일화는 후보가 되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며 "김 후보는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에 대해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 후보를 새벽에 쫓아내고 한덕수 무소속 후보를 야밤에 빈집털이하듯 입당, 등록시키는 게, 지혜로운 선택 맞느냐"고 지적했다.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한 중진 의원은 "단일화 결렬이 원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 초선 의원은 "새벽에 이뤄진 단 한 시간의 후보 등록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 대선 승리 전략의 일환이라면 근거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신뢰 관계가 깨진 김 후보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107명 중 60여명밖에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윤계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에 한 친윤계 다선 의원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재명 대통령 막아내기 위해. 서로의 다름을 잠시 접어두고. 모든 힘을 모으자"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한 친한계 의원은 "이게 다름이냐, 틀림이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옳은 길로 가야한다"고 따졌다.
해당 의원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는 기자의 물음에 "주로 한동훈 후보 지지한 의원들이 그런 얘기 일제히 제기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저는 김무성, 나경원, 윤상현, 안철수 선배님과 강민국, 조은희 의원이 친한계로 분류되는지 처음 알았다"며 "어설픈 프레임으로 본질 흐리지 말고 비대위 월권,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5차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된 후보 수낙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3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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