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역량에 따라 청년들이 투자 상품을 보유하는 행태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금융지식이 높은 청년일수록 예·적금이나 주식같은 공식적인 금융상품을 선호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고 지출 관리가 잘 안 될수록 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청년들의 금융역량 자체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졌는데 청년들은 금융 지식을 어느 정도 갖췄음에도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려워해 실천 중심의 금융교육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단법인 금융과 행복 네트워크와 청년 정책 플랫폼 '열고닫기'는 지난 3월 실시한 '청년 금융역량과 금융행복도' 공동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만 39세 이하 청년 300명 중 오류문항 답변을 제외하고 259명의 응답 데이터가 사용됐다.
금융역량 아래에는 금융지식, 금융행동, 금융태도가 있다. 금융지식은 금융의 개념이나 원리를 잘 알고 있는지, 금융태도는 금융에 대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 또는 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금융행동은 지식과 태도를 바탕으로 실제로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을 뜻한다. 금융행복도란 개인의 금융에 대한 심리적 안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 금융결정에 대한 자기효능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중 금융안전감은 현재와 미래의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의미한다. 금융만족감은 현재 금융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금융자신감은 금융 관련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금융행태와 관련된 조사는 여럿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2년마다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발표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청년금융 실태조사를 2016년 이후 2023년 조사를 진행해 7년 만에 청년 관련 금융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서금원은 지난해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은과 금감원 조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금원 조사는 단순 실태 조사에 그친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역량과 행복도를 측정하는 척도는 금융과 행복 네트워크가 개발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금융 이해력 문항 등을 참조해 우리나라 청년금융 실정에 맞게 개발된 것으로 실제 조사에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역량이 실제 금융행복도(금융 상태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에 영향을 끼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이기도 하다.
우선 금융역량이나 행복도가 투자상품 보유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금융지식은 요구불예금, 채권, 주식 등을 보유하는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반면 가족에게 투자를 맡기는 등 비공식적인 저축 행위에 대해선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즉 금융지식이 높을수록 공식적인 금융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금융태도는 대부분의 투자상품 보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금융행동의 경우 주식뿐 아니라 금이나 부동산 등 대체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식을 넘어 실제 금융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하는 성향이 강한 청년일수록 다양한 투자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금융안전성이 낮을수록, 금융만족도가 높을수록 코인 보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통제력은 떨어지는데 현재 금융생활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 코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청년들이 현실적 불안을 회피하거나 일확천금의 기회를 추구하는 심리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금융역량과 금융행복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이뤄졌다. 분석에 따르면 청년의 금융역량 평균 점수는 100점 환산 기준 63.67점이다. 청년들은 금융지식과 관련해 71.17점을 얻었지만 금융행동 항목에선 46.72점을 받는 데 그쳤다. 청년들이 금융 지식은 갖추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장기 재무계획 수립, 지출 기록 유지와 같은 일상 기반의 재무 실천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행복도의 경우 평균 46.97점으로 이 중 금융안전감(46.53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금융역량과 금융행복도 간 관계성도 밝혀졌다. 금융지식의 경우 행복도에 약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금융행동이 높을수록 자신감·만족감·안전감 등 행복도 전반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단순한 금융지식 교육을 넘어 행동을 유도하는 실천 중심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소득수준에 따른 행복도의 차이도 확인됐다.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전반적인 금융행복도가 높았다. 청년의 재정 불안정성이 주관적 금융 안정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운영 금융과 행복 네트워크 이사장은 금융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올바른 수입지출 습관과 태도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 등이다. 또 '기본 금융' 개념을 도입해 이에 맞는 정책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오늘날 금융은 단지 수단이 아니라 삶의 기반으로 복잡한 금융이 아닌 모두의 일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본 금융'이 필요하다"며 "청년의 금융역량이 실질적인 자산형성과 삶의 질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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