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국가로부터 1억원이 넘는 형사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2부(부장판사 권혁중 황진구 지영난)는 김 전 차관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1억2510만원을,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899만5000원을 각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이 확정됐다"고 이날 관보를 통해 공시했다.
형사보상이란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에 따른 손해와 변호사 비용, 교통비 등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김 전 차관은 2000∼2011년 '스폰서' 노릇을 한 건설업자 최모 씨로부터 4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9년 6월 기소됐으나 5번의 재판 끝에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1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쓰인 최씨의 법정 증언이 변경됐다"고 지적하며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증인신문 전 '사전면담'에서 회유·압박을 받아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그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구속기소 됐다가 1심 무죄로 석방되고, 2심 실형 선고 뒤 다시 구속됐다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석방되는 등 약 14개월가량 수감 생활을 했다.
이 사건은 김 전 차관이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된 직후 언론에 이른바 '별장 성 접대 동영상' 의혹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성 접대 의혹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재수사를 거쳐 오랜 기간 논란을 낳았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소·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대북 사업가 김모 씨도 약 1억원의 형사보상금을 수령한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고,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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