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전북 전주 신중앙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50년째 운영하는 김모씨(75·남)는 '대선주자 한덕수'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전주 태생이다. 최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는 발언으로 정치권 안팎의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전주 쪽 민심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김씨는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주고 돌아온 뒤 "전주 사람이라고 하지만 서울로 고향을 옮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만난 노모씨(69·남·무직)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 전 총리에 대해 "정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본적을 강조하거나 숨겨왔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택시 기사 길모씨(67·남)는 '한 전 총리의 고향이 전주다'는 말에 "거짓말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길씨는 "계엄을 막지 못한 점을 사죄하며 사퇴해야지 후보로 나서면 안 된다"며 "출세하려고 호남을 내세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전주는 호남 출신을 내세운 한 전 총리 등장에도 표심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남부시장·신중앙시장 등 전주에서 만난 10명의 상인 및 지역민 중 민주당이 아닌 당을 지지한다는 시민은 단 한 명뿐이었다.
제20대 대선에서도 전주 완산구와 전주 덕진구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각각 82.17%와 82.0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쟁 후보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각각 15.30%, 15.26% 득표율을 보였다.
한 전 총리가 보수 진영 대선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면 고향에서는 최소한 2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리는 것을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후보와 관련해 비판의 견해도 없지는 않지만 12·3 비상계엄에 관한 거부감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남부시장에서 옷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2·여)는 "(이 후보는) 사법 리스크가 있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말을 아꼈다. 신중앙시장 상인 권모씨(68·남)는 "전직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비교해 이 후보가 카리스마나 아우라가 뛰어나진 않다"고 했다. 다만 권씨는 계엄 세력 심판을 위해 표심을 행사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전주의 청년층도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 강했다. 전북대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26·남)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지만 대선에서는 이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최모씨(23·여)는 "하나의 정권이 계속되는 것보다 대립 구도가 만들어져야 경제적·사회적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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