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냄새 싫었는데…길가 하얗게 물들인 '이 나무'가 가로수 대세

5월 거리마다 활짝 핀 이팝나무
심미성 우수하고 공해·병충해 강해
은행·양버즘나무 식재↓…이팝나무 45%↑

최근 5년 사이 서울시 가로수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병충해에 강해 대표적인 가로수로 꼽혀왔지만 열매 특유의 냄새 탓에 가을철 민원이 폭주했던 은행나무는 줄고, 5월에 만개하는 하얀 꽃이 인상적인 이팝나무가 급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팝나무 해시태그(#) 누적 검색 건수는 지난 8일 기준 4만6000건에 달한다. 이팝나무 개화 시기와 맞물려 국립현충원 이팝나무길을 비롯해 전북 전주시, 대구 달성군, 충북 진천군 등 이팝나무 명소에 대한 주목도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팝나무. 국립생물자원관

이팝나무. 국립생물자원관

원본보기 아이콘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얗게 변해 '이밥(쌀밥)'을 닮았다고 해서 과거 이밥나무로 불렸다가 이팝나무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5~6월경 꽃이 만개하면 나무 전체가 마치 쌀밥을 뿌려놓은 듯 하얗게 덮여 있으며, 꽃잎이 바람에 날리면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한 경관을 연출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팝나무꽃은 수술이 화관으로 감싸져 있어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기 어렵다.

심미성과 더불어 공해와 병충해에 강한 내성을 갖추고 있다보니 최근 가로수로도 이팝나무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서울시 가로수 현황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서울 시내에는 가로수 29만4668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이 중 2만5613그루가 이팝나무다. 1만7639그루에 불과했던 5년 전과 비교해 45%가 늘어났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3011그루로 가장 많고, 뒤이어 ▲강서구(1872그루) ▲영등포구(1450그루) ▲구로구(1398그루) ▲성동구(1361그루) 순으로 나타났다.

지독한 냄새 싫었는데…길가 하얗게 물들인 '이 나무'가 가로수 대세 원본보기 아이콘

반면 한때 서울의 대표 가로수로 자리 잡았던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는 5년 전 대비 각각 7.0%, 2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널리 심어졌던 이유는 단풍이 아름답고,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을철 은행 열매의 냄새로 인해 시민 불편이 가중되면서 교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양버즘나무는 마로니에, 백합나무 등과 함께 세계 3대 가로수로 불린다. 공해·추위에 잘 견디고 생장 속도가 빨라 가로수로 많이 식재돼왔다. 하지만 자연재해 발생 시 가로수 쓰러짐 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엔 다른 나무로 대체되는 중이다.


한편 서울에서 가로수가 가장 많이 식재된 곳은 강남구(2만3201그루)로 나타났다. 뒤이어 ▲송파구(2만2964그루) ▲동작구(1만8466그루) ▲강동구(1만7043그루) ▲서초구(1만5998그루) 순으로 많았고, ▲강북구(6028) ▲광진구(6215그루) ▲금천구(6782그루) ▲성동구(6976그루) 등은 적은 지역으로 집계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