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제주살이 하더니…월세 80%, 전국 1위 찍었다

제주, 임차 수요 많아 월세 비중 전국 1위
올 1분기 전국 월세 거래 비중 60.7%

전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0%를 넘어선 가운데 제주도의 월세 비율이 80%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 비중은 60.7%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P 증가한 것으로, 4년 전인 2021년 1분기(42.1%)와 비교하면 18.6%P나 늘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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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다. 올해 1분기 제주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중 80%는 월세 계약이었다. 제주는 전통적으로 1년 치 월세를 선불로 내는 '연세(年貰)'라는 독특한 임대차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제주는 과거부터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먼저 받을 수 있는 연세 거래가 자리 잡았는데, 연세도 통계상 월세에 포함된다.

제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 비중이 월등히 높은 이유는 임차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 1년 살기' 열풍 등으로 단기 체류를 원하는 여행객들이 많은데 이들은 월세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제주의 고령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는 것도 월세 시장이 커지는 또 다른 이유다. 고령 임대인들은 관리가 어려운 목돈을 받기보다는 안정적 수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연세 계약을 맺을 경우 중도 퇴거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민법상 월세 계약은 임대료 연체가 2회(2개월) 이상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세는 임대료 연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연세 계약을 한 임차인이 중간에 나가겠다며 남은 기간의 월세 반환을 청구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서울의 올해 1분기 월세 비중은 64.3%였다. 대전(68.5%), 울산(68.0%), 부산(66.5%) 등지도 월세 비중이 서울보다 높았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 문제 등이 전국 각지에서 생기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월세 계약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며 거래가 감소한 만큼 일부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은 보증부 월세 일부를 전세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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