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 강제결혼 싫어"…20대 아프간 여성 분신 사망

"여성 상대로 이뤄지는 체계적 폭력 방증"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스무 살 여성이 탈레반 간부와의 강제 결혼을 피하려고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연합뉴스는 2일 EFE통신 등을 인용해 '아비다'라는 이름의 20세 여성은 지난달 27일 아프간 서부 고르주의 자택에서 분신했다고 보도했다.

권리 증진 촉구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권리 증진 촉구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익명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아비다의 친척은 "탈레반 사령관 모함마드 라흐마니가 수년 전부터 아비다와 결혼하기 위해 그와 그의 가족을 압박해왔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는 "아비다가 2살일 때 자신과 약혼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비다의 가족들은 이를 부인했다.


최근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아비다의 집을 급습해 아버지와 오빠를 체포했고, 아비다는 자신도 곧 강제로 끌려갈 것이라 판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친척은 "사건 당시 탈레반 대원 약 20명이 집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며 "그녀에겐 도망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탈레반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으며 결혼을 강요해온 라흐마니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미국의 아프간 여성인권단체인 '여성의 자유를 향한 운동'은 1일 성명을 통해 아비다가 분신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프간을 통치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종교와 샤리아를 가장해 인간성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여성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탈레반. 연합뉴스TV

탈레반. 연합뉴스TV


아프간 현지 인권단체인 아프가니스탄 인권옹호자위원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탈레반 대원들의 권력 남용이 만연해 있음도 드러났다면서 특히 탈레반 대원들은 시골 지역에서 강제 결혼을 일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매체는 아프가니스탄 인권 센터(AHRC)의 보고서를 인용해 "강제 결혼 및 미성년 결혼의 51%가 탈레반 전투원 및 지역 지휘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부 여성들이 탈레반 구성원과의 강제 결혼을 피하기 위해 일반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한편,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율법을 내세워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취업과 고용을 제한하는 등 조처를 했다. 국제사회는 여성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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