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슬럼화될까 걱정돼"…'은마아파트' 5000가구 재건축에도 불만 나온 까닭

정비계획변경안 주민설명회 열려
임대 가구 수 증가에 주민 불만
GTX-C 노선에 씽크홀 우려도

"용적률은 겨우 20%P(포인트) 늘었는데 공공주택 물량은 대폭 늘었어요. 단지가 슬럼화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힐컨벤션에서 열린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 설명회에서 일부 주민은 이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은마아파트에 거주 중인 주민 A씨는 최초 계획안 수립 당시 678가구로 예정됐던 공공주택 물량이 1013가구로 늘어난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견을 표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의 모습. 아시아경제 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의 모습.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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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320%로 상향…공공주택 물량 증가에 주민 불만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최고 49층, 5962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은마아파트는 2022년 300%의 용적률을 적용한 재건축 계획안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통과했으나 역세권 개발인센티브를 활용해 용적률을 320%로 높이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최고 층수도 기존 최고 35층에서 49층으로, 가구 수도 5778가구에서 5962가구로, 184가구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용적률 상향에 따라 공공기여 규모가 늘어난 것에 불만을 표했다. 사실상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이번 정비계획 변경안에는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공공기여 시설로 빗물 저장시설인 저류조를 단지 내에 설치하는 내용도 추가로 반영됐다. 당초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단지 내에는 근린공원과 국공립어린이집 시설이 건립될 예정이었다.


주민 B씨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겠다는 계획안은 없어지고 저류조를 조합원들이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전체 가구 수도 용적률 300%를 적용해 세웠던 최초 계획안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사실상 공공기여를 제외하면 주민의 목은 전체 320% 용적률에서 308%에 불과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맡은 건축사무소 에이앤유디자인그룹 관계자는 "공공임대 주택 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기존에 있었던 전용 84㎡ 공공임대 50여가구를 서울시 요청에 따라 전용 59㎡로 변경하면서 일부 증가한 것"이라며 "용적률 특례 적용에 따른 기부채납 필요분으로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힐컨벤션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지은 기자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힐컨벤션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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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걱정"…GTX-C 노선 공사에 주민 우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핵심 쟁점으로 논의됐다. 은마아파트 조합은 GTX-C 노선이 아파트 지하 50m 아래를 관통하는 설계안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조합이 노선 우회를 요구했으나 현대건설이 단지 관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은 GTX-C 노선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태라고 항의했다. 주민 C 씨는 "최근 도심 싱크홀 사고가 자주 발생해 지하 공사에 대한 걱정이 몹시 크다"며 "100%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D씨 또한 "국가와 경기도를 위해 왜 GTX-C가 (은마아파트의) 지하로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며 "GTX의 단지 통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상가 조합원의 입주권 부여 가능성과 단지 내 보차 통행로에 대한 차량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서울시 규제에 발목…조합 설립 후 본격 시동

조합은 변경안을 토대로 신통기획 통합심의를 거쳐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은마아파트는 대치동 학원가와 3호선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하는 대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1979년에 준공돼 1996년 재건축을 시작했으나 조합이 설립되기까지 27년이 걸렸다.


그간 은마아파트는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에 발목 잡혀 재건축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했다. 재건축의 첫 단계인 예비 안전진단에서는 세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2010년 3월 심의를 통과했다. 2017년에는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정비계획안을 도계위에 제출했으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35층 층고 제한을 도입하면서 번번이 심의에서 탈락했다. 이후 35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주민과 반대파가 나뉘면서 주민 간 단체 소송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오랜 기간 진척을 보이지 못하던 사업은 202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강남구청은 관리처분인가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입안권자로서 서울시와 원활한 협의를 진행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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