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했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부친 지 9일, 2심 무죄 결론이 나온 지 36일 만이다. 대법원이 2심 결과를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낸 만큼 오는 6월3일 대선을 앞둔 이 후보의 대선 행보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5.05.01 사진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대법원 판결은 하급심이 따라야 하므로 고법이 전원합의체의 결론을 거슬러 무죄로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선거법 사건의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박탈을 가르는 기준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선고이기 때문에 '정치인 이재명'의 운명은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의 선고형량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이 경우 파기환송심에 대해 대법원에 재상고하는 절차까지 갈 수 있어서 대선 전 최종 결론이 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이례적으로 빨랐던 이번 대법원의 판단을 고려했을 때 대선 전에도 최종 형량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약 25분 동안 낭독했다.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을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 따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면서 "2심이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여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에는 12인 중 10인이 동의했다.
우선 대법원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 발언을 했다면서 구체적인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본 원심판단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김문기의 골프 동반 행위는 피고인과 김문기 간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인 이 후보가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2심과 달리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기 때문에 이 후보가 발언한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은 없었다"면서 "백현동 관련 발언은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2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어떤 표현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표현의 의미'와 관련해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위의 사실' 판단에 관해선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6월3일 대선 전 최종 형량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를 두고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란도 잇따를 전망이다. '소추'는 탄핵소추와 형사소추로 나뉘는데 헌법 84조는 형사 문제만을 다룬다. 국어사전상 '소추'는 기소, 즉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명시된 조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미 기소된 재판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84조가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는 만큼, 기소가 연계된 재판 절차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해석과 그렇지 않다는 해석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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