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오텍 이 회사 정상화 방안으로 직원 60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회사가 부실화 된 책임을 직원들이 지는 모양새다. 반면 고액 연봉과 물류비 등으로 회삿돈을 챙긴 강성희 오텍 회장이 책임지는 방안은 내놓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텍은 증권신고서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열사인 오텍캐리어의 생산직 포함 월평균 인원을 약 60명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오텍캐리어 직원이 403명임을 고려하면 약 15%의 직원을 해고한다는 뜻이다.
또 "올해부터 보관비가 많이 발생하는 생활가전 사업을 중단해 물류창고를 8500평가량 축소시키고 약 40억원 상당의 비용 절감 및 효율적인 재고 회전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며 "동시에 보관비 부담이 적은 시스템 사업을 확대해 외형 성장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텍그룹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강 회장 가족회사 등과의 거래 해소 및 투명 경영에 대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강 회장의 고액 연봉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오텍그룹은 강 회장의 편법 승계 및 사익 추구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오텍은 경영진의 판단으로 과도하게 재고자산을 늘려 물류비를 대규모 지출했고, 결국 이 돈은 대부분 강 회장 가족회사 등으로 흘러갔다.
세부적으로 보면 오텍그룹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담당하는 '캐리어에어컨' 제조사 오텍캐리어는 2020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19년 영업이익 274억원을 기록했던 오텍캐리어는 2020년 영업이익 4억원을 냈다. 2021년도에도 영업이익 10억원의 부진한 성적을 냈고 2022년에는 231억원 영업손실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텍캐리어의 실적이 꺾인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물류비의 급증이다. 오텍캐리어는 2020년부터 공장 가동을 급격하게 줄였다. 2019년 85%였던 공장 가동률은 2020년 57%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로도 매년 가동률을 줄여 지난해 기준 공장 가동률은 43%대까지 떨어졌다.
공장 가동률과 반대로 오텍캐리어의 재고자산은 급격하게 늘었다. 2018년 1000억원대였던 재고는 2020년 1600억원대로 증가했다. 캐리어에어컨 등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외주업체에서 사들여 재고 비축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창고보관비 등 물류비용이 급증했다.
오텍캐리어의 물류 담당 회사는 '에프디시스'다. 에프디시스는 2017년까지 오텍의 자회사였지만 2018년부터 최대주주가 '에스에이치글로발'로 변경됐다. 에스에이치글로발은 강 회장이 20%를, 두 아들인 강신욱 오텍 전무, 강신형 오텍 상무가 각각 40%씩 보유한 가족회사다. 강 회장 가족회사가 에프디시스의 최대주주가 된 후부터 오텍캐리어 등 그룹사의 물류비가 급증한 것이다.
게다가 강 회장은 오텍그룹 전체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매년 수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이에 대해 오텍 관계자는 "오텍캐리어의 60명 인원 감축 계획은 지난해 및 올해 자연감소, 내년 정년퇴직 임직원을 모두 합한 수치로, 회사 수익률 개선을 위해 일부 조정이 발생한 것"이라며 "강 회장의 연봉은 이사회에서 총액 의결해 집행하는 것이고, 관련 내용은 개인정보에 관한 사인이라 공시 내용 외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이번 유상증자에는 강 회장 등 최대주주가 배정분 100%를 참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텍은 183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120억원은 자회사인 '씨알케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해 줄 예정이다. 씨알케이는 오텍에서 받은 돈으로 '에프디시스 상환우선주' 취득을 위해 차입한 돈을 갚을 계획이다. 사실상 오텍 주주의 돈이 에프디시스로 흘러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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