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현재 에너지 안보와 미래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합니다. 원자력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잘 갖추고 있는 한국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 원자력 연차대회'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사마 빌바오 이 레온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들을 도울 수 있는 훌륭한 원자력 공급 기업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자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 회의에서는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31개 국가가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에너지 발전량을 3배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에 동참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당사국 협의체(IPCC) 중간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1200기가와트(GW)로 확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매년 40GW의 용량을 추가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레온 사무총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정책과 원전 산업과 자본 시장과의 협업,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레온 사무총장은 "한국은 원전 기술과 공급망이 잘 구축돼 있고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원전 운전 경험을 계속 축적하고 기록하는 것이 인상 깊었으며 다른 국가들도 한국의 원전 운영을 본받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정권에 따라 원전 정책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온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에서 원자력을 정치적이 아닌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에너지를 장기적인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온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공급에 있어 자주성을 갖추는 것"이라며 "어느 곳에서나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 에너지를 통해 각 국가는 에너지 독립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는 그는 "SMR은 50년 이상 사용돼 왔을 정도로 잘 알려진 기술"이라며 5년 뒤인 2030년대에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레온 사무총장은 "각국이 SMR에 대해 다른 기준과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있는데 규제 당국 간 협업을 극대화하고 최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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