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버텨요"…지갑 닫고 무지출 챌린지에 빠진 MZ

냉장고 재료로 도시락 싸고
배달앱 삭제 챌린지도 유행
'앱테크'로 포인트 모으기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김민우씨(29) 부부는 최근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했다. 매일 돈을 안 쓰고 살 순 없어도 회사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냉장고에 쌓여있던 재료로 저녁을 만들어 먹는 등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김씨 부부가 책정한 한 달 생활비는 고정비용과 저축을 제외한 30만원이다. 김씨는 "3일 무지출에 성공하면 다음 날 간단히 외식을 하기도 한다"며 "물가가 너무 오르기도 했고, 젊을 때 바짝 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김민우씨(29) 부부는 최근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김민우씨(29) 부부는 최근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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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및 소비 위축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와 같은 절약 활동이 확산하고 있다.

29일 온라인 재테크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선 무지출을 인증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었다.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4월에 지출 없는 날이 10일이나 된다"며 "어제는 집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엔 동네 샐러드 가게 리뷰 이벤트에 당첨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앱+재테크)도 성행 중이다. 앱테크를 하는 소비자들은 앱에서 출석 인증, 만보 채우기 등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미션을 완료한 뒤 포인트를 받는다.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최원서씨(34)는 틱톡 라이트 현금 보상성 이벤트인 '북치기'에 빠져 있다. 북치기는 틱톡 라이트 이용자끼리 팀을 이뤄 북을 더 많이 친 팀이 포인트를 가져가는 이벤트다. 가족의 제안으로 참여한 최씨는 이제 자동으로 북을 쳐주는 매크로 앱까지 설치해 북을 치고 있다. 그는 "온종일 북을 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치려고 한다"며 "1등이 되면 400만원을 주는데, 그건 불가능하고 치킨값을 버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북치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틱톡 라이트'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지난해 3월 98만6336명에서 올해 2월 470만6660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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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삭제 챌린지도 유행이다.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배달 음식과 배달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요 배달앱을 삭제한 뒤 서로 인증하거나 배달을 이용하지 않고 포장만 이용하는 방법으로 배달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인증 글에서 "벌써 배달앱을 끊은 지 한 달이 다 됐다"며 "날이 덥고 추울 때는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최대한 버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모니모 앱에선 기상 챌린지가 인기다. 매일 오전 일정 시간대에 일어나 앱에 접속하기만 하면 포인트인 '젤리'를 받을 수 있다. 기상 챌린지를 까먹지 않기 위해서 이용자끼리 팀을 이뤄 기상 인증 글을 올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만큼 MZ세대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이는 다른 사람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지출을 줄이고 돈을 더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앱테크의 경우 투입 시간 대비 벌 수 있는 돈이 아주 적은데도 많이들 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의 경우 어차피 휴대폰을 자주 보니까 무의미하게 SNS만 하기보다 앱테크라도 해서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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