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시대, 로봇시대에도 살아남을 경쟁력 있는 산업이 바로 '관광'입니다. '지방상생관광'과 '예술관광'을 활성화해야 서울에 외국인 관광객을 2000만명, 3000만명까지 유치해 발전시킬 수 있어요."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사진)는 올해 유독 바쁘다. 시간을 쪼개 지방의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관광 특강'을 하러 다닌다. 여러 지자체, 지방관광진흥기구(RTO) 등과 만나는 횟수도 늘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관광재단 대표가 왜 지방으로 다닐까. '서울 3박, 지방 2박(지방상생관광) 프로젝트'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재단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31빌딩에서 지난 16일 길 대표를 만났다. 길 대표는 30대때 여행사를 운영했으며 제5대 서울시의원, 코레일관광개발 대표를 역임했다. 2021년 7월부터 서울관광재단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길 대표는 "우리가 프랑스 관광을 처음 갈 때 파리에 들러 니스, 모나코로 가지 지방의 관광지부터 들르지는 않는다"며 "지방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서울이 잘돼야 하고, 지방이 살아야 서울도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울과 지방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길 대표는 "올 7월과 8월 보령머드페스티벌에 우리(재단)가 외국인 관광객 1200명을 당일치기 기차 편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충남 보령시와 협업한 '머드 트레인' 상품으로 재단이 모객한 관광객이다. 길 대표는 "현재 연간 1500만명 정도인 외국인 관광객이 3000만명이 되면 서울은 포화상태가 돼 핸들링하기 벅찰 것"이라며 "지방의 관광자원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관광대국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서울관광재단은 최근 강원 횡성군, 경북 문경시, 경북 안동시 한국정신문화재단 등과 줄줄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재단이 지난 2월 처음으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관광진흥기구 관계자 300여 명을 초청해 '2025 서울관광 사업설명회'를 연 것도, 길 대표가 지방을 오가며 활발하게 업무협약을 맺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길 대표가 강조한 또 한 가지는 '예술 관광'이다. 그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 300만명,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600만명 등 세계적인 미술관은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유인해 도시의 관광을 이끌고 있다"며 "공연, 전시 분야가 성장하며 예술, 문화 도시로 발전하는 서울시에도 이런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한류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포스트 한류를 준비해야 한다"며 "그 대안이 예술 관광이고, 지방 상생 관광"이라고 했다.
예술 관광이 먹힐까. 길 대표는 "이미 설문조사를 다 했다"며 "서울에 오면 뮤지컬, 클래식, 발레 공연장에 가고, 전시회도 볼 생각 있냐고 물었더니 95% 이상이 '너무 좋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디자인재단, 예술의전당 등 규모가 큰 40곳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고 갤러리, 중소 공연장 등 300여 곳과도 협업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각자 알아서 다니던 걸 패키지화하고, 콘텐츠를 풍성하게 해야 한다는 건데 그래야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국내 관련 산업도 발전한다는 게 길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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