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지금](21)더벤처스 "한국팀, 소비재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갖춰"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인터뷰
"우리의 청체성은 '창업자 돕는 창업자'"
"위기가 기회…창업자 역량 더욱 중요해진 때"

편집자주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창업자든 벤처캐피털(VC)이든 글로벌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데, 현재로선 '한국 팀'으로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최근 스타트업·벤처 생태계에선 '글로벌 진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국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해외로 가야 투자도 더 크게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구체적인 전략을 두고선 VC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이점이 될 속성의 사업을 고민했고, 그 답이 '소비재'라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말부터 소비재 투자를 확대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큰 펀드들이 먼저 딜을 요청할 정도로 한국 소비재 또는 뷰티 분야에 관심이 많다. 한국에선 무엇이 유행인지 묻기도 한다"며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 소비재 분야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딜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나도 창업자 출신…스타트업의 고민, 누구보다 잘 안다"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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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창업자 출신 VC 대표다. 대학에서 만난 김대현 더벤처스 파트너와 2014년 중고상품 거래 플랫폼 '셀잇'을 공동 창업했다. 셀잇은 2014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다가 2017년 번개장터와 합병했다. 번개장터에서 김 파트너는 최고커머스책임자로, 김 대표는 최고제품책임자로 근무했다.


이들이 셀잇의 초기 투자사였던 더벤처스에 합류해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게 된 것은 2020년부터다. 김 대표는 "2019년 말 번개장터 지분 매각을 완료했을 때가 30대였다"며 "미국에선 창업자가 자신에게 투자한 VC로 돌아가 다시 투자자로 활동하는 선순환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선 드문 사례였다. 창업자 출신 VC로서 후배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벤처스는 2014년 액셀러레이터(AC)로 출발해 2021년 VC 자격을 추가로 획득했다. 현재 누적 투자사는 288개사에 달하며, '헤이딜러' 운영사 피알앤디컴퍼니와 '잡플래닛' 운영사 브레인커머스 등이 대표적인 초기 투자 성공 사례다. 임팩트 컬렉티브 코리아 펀드, 파운더스 커뮤니티 펀드, 베트남 전용 펀드 등 총 4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운용자산(AUM)은 약 420억원 규모다.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소비재다. 미국과 유럽 입맛에 맞춰 김을 스낵류로 재해석한 '김(Geem)', 숙취 해소제를 간 건강기능식품으로 발전시킨 '더플러그드링크(The Plug Drink)' 등이 대표적 소비재 스타트업 투자 사례다. 김 대표는 "이제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에 확산해 있다. 한국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오히려 강점이 되는 분야가 바로 소비재 영역"이라며 "미국 VC는 아직까지 한국 인공지능(AI)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김과 과자류 같은 소비재 브랜드와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략엔 더벤처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현재 더벤처스는 한국을 포함해 12개국 스타트업에 투자 중이다. 김 대표는 "주요 파트너들이 베트남과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 상주하며 현지 스타트업 및 VC와 소통하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에선 김 파트너가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현지 스타트업과 밀착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벤처스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공격적 투자…창업자 역량 더욱 살펴볼 것"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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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자한 더벤처스는 올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금리가 높아 기업들이 예전처럼 풍요롭게 펀드 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도 "역사적으로 시장이 어려울 때 결성된 펀드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 돈의 가치가 높아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자의 경영 역량이 더욱 도드라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판단의 중심엔 늘 '창업자'를 둔다. 김 대표는 "시장 규모나 사업 모델을 보는 이유도 결국 창업자의 논리와 사고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성적으로는 '10년간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그 밑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 등을 세밀하게 살펴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업자가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한지, 혹은 과거 실패를 반복하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본다. 뻔한 이야기라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모든 말이 지나치게 그럴듯하거나, 내부에서 만장일치로 좋다고 평가되면 오히려 의심하고 다시 들여다본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VC를 자본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그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창업한 경험에 비춰볼 때, VC 역시 중고차 시장처럼 '정보 비대칭'을 다루는 플랫폼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창업자 마인드로 VC 산업을 다시 설계해 나가려 한다.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더 많은 포트폴리오 기업에 도움을 주고, 출자자(LP)에 더 나은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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