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연이틀 강세에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렬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물량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0.13% 밀린 2522.33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7곳이 하락 마감하면서 전일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뉴욕증시가 연이틀 안도 랠리를 펼치며 주요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SK하이닉스 는 7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1분기 영업이익(잠정치)을 내고도 1.49% 떨어졌다. 현대차 역시 올해 1분기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주가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코스피가 안도 랠리에 편승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셀 코리아' 현상이 지목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를 약 10조5000억원어치 내다 팔면서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6월~2008년 4월까지 계속된 11개월 연속 순매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의 국내 증시 거래 비중은 35.7%로, 2000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방향성이 매도 추세일 때 증시의 평균 수익률은 가장 낮다"며 "현재 증시의 상승 탄력은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공매도가 대형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역시 증시에 부담이다. 지난 2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의 상위 3종목은 삼성전자 (6조1490억원), SK하이닉스(4조8300억원), LG에너지솔루션 (3조1580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3위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신용거래대주 잔고 역시 22일 기준 309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지난달 31일 대비 16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관망하려는 자금들이 파킹형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주가 랠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83조원대였던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의 매도잔고는 지난 22일 95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7월7일 이후 최대 규모다. RP는 주로 증권사들이 일정 기간 후 다시 사들인다는 조건으로 개인, 법인 등에 판매하는 대표적 파킹형 금융상품으로, 만기 3개월(91일물) 이내로 파는 경우가 많아 단기 투자자금으로 분류된다.
조 연구원은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30%로 떨어지기까지 남은 순매도 금액은 약 14조원"이라며 "외국인이 강도 높은 순매도 대응을 끝낸 후 다시 순매수하기 시작한다면, 지분율이 많이 낮아진 업종의 선제적인 순매수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우려에 지속 이탈 중인 외국인 자금 재유입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호적 결과 도출 시 피해 우려가 컸던 낙폭 과대주와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진 업종의 반등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