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소비 심리까지 흔들린다…'베블런 vs 밴드웨건'이 던지는 경고

국내 기업의 잇따른 해외 이전과 노사 갈등, 불투명한 MRO(소모성자재) 시장 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소비 심리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의 동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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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를 진단하기 위해 '베블런 효과'와 '밴드웨건 효과' 등 소비심리 이론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지표보다 사람들의 심리가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 기업들 벼랑 끝 … 해외 이전 러시와 소비 위축

국내 산업계는 강성 노조의 파업, 예측 어려운 노동 관련 법규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국내 투자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고용시장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소비자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이전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은 국민들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며,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부정적 전망에 동조해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의 부정적인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수가 움츠러들면 나도 움츠러든다는 심리가 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셈이다.


◆ MRO 시장 혼란 … '새로운 활로'의 불확실성

그나마 새로운 산업 돌파구로 기대됐던 MRO 시장도 강경한 노조 입장과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MRO 시장은 단순한 유통 산업이 아닌 산업 전체의 비용 효율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갈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다. 소비 위축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위기 속 고급 소비 … '마지막 불꽃'일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일부 계층에서 고가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의 대표적인 사례로, 높은 가격 자체가 소비자의 사회적 지위와 과시 욕구를 자극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패턴은 극소수에 국한돼 있으며, 다수 국민이 겪고 있는 소비 심리 위축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계층 간의 소비 양극화를 부각시키며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 구조개혁 없이 소비 회복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보다는 구조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사관계 안정, 기업의 국내 투자 유인, MRO 시장의 제도적 정비, 고용 시장 유연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지나치게 노동자 중심으로 설계된 법률 체계에 대한 재정비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그래야만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고, 국민들도 장기적 전망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할도 중요하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 중심의 경제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가격이 높을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역설적 소비 심리다. 고급 브랜드, 보석, 명품 시장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밴드웨건 효과는 다수의 선택에 무작정 따르는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소비 경향으로, 시장이 낙관적일 때는 낙관적으로, 비관적일 땐 더욱 움츠러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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