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56큐비트 양자 컴퓨터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내년까지 1000큐비트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업과 국립 연구소가 연합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20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연에 성공한 한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전자기업 후지쯔와 국립 이화학연구소(RIKEN)는 전날 초전도체 기반의 256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다.
이번 양자컴퓨터는 2023년에 개발한 기존 64큐비트급보다 성능이 4배나 향상됐다. 한국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128큐비트의 IBM 양자컴퓨터보다 약 두 배의 높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확장 가능한 3차원 연결 구조 △고밀도 실장 기술 △첨단 열 설계 등 핵심 기술을 적용해 4배 늘어난 큐비트를 기존 64큐비트 시스템과 동일한 크기의 냉동기 내부에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초고진공 및 극저온 환경을 유지하면서 집적도를 4배 높임으로써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 양자컴퓨터는 상반기 중으로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후지쯔와 이화학연구소는 내년 4월에는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양측의 협력도 2029년 3월로 연장해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토 신타로 후지쯔 양자연구소 소장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256큐비트 양자컴퓨터의 개발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발은 일본 정부의 지원 아래 기업과 국책 연구소가 긴밀히 협력해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기술은 지난해 한국표준연구원이 20큐비트 시연에 성공한 데 그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양자를 3대 게임 체인저 기술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한상욱 한국양자정보학회장은 "국내 기술은 이제 50큐비트를 향하고 있는데 일본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며 "정부는 물론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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