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소폭 반등에 그치면서 5개월째 기준선(100)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그간 소비심리를 짓눌렀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했으나 당장 기준선을 웃도는 추세 상승이 나타날 거란 기대를 걸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현재 진행형인 데다, 올해 우리나라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 내수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에도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이에 따른 향후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달 만에 소폭 반등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까지 지속해서 100을 웃돌던 CCS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심리가 냉각되며 88.2까지 급락했다. 이후 올해 1월과 2월 소폭 회복세에 그쳤으나 기준값을 밑돌다가 3월 재차 하락했다. 이달 역시 0.4포인트 반등에 그치면서 93선에 머물렀다. 이혜영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소비심리가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언제 어떤 규모로 이뤄질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이를 확인하면서 소비심리도 진행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택가격전망CSI(108)는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월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에 따른 강남권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 영향에 지난달 6포인트 급상승한 주택가격전망CSI는 이달 역시 상승했으나 그 폭을 줄였다.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이 이뤄지면서 상승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금리수준전망CSI(96)는 지난달보다 4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7포인트 하락 후 반등했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 등이 작용한 결과다. 취업기회전망CSI(76) 역시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CSI(52)는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이달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센 강도로 나온 점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69에서 출발해 70선 초반을 이어오던 현재경기판단CSI는 지난해 12월 52로 급락한 후 여전히 50선에 머물고 있다. 반면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경기 전망인 향후경기전망CSI(73)는 3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차기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 정책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2.8%)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물가 상승 폭 확대 등으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3년 후 및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았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농축수산물(52.5%), 공공요금(44.4%), 공업제품(38.3%) 순이었다. 전월보다는 공업제품(7.1%포인트)의 응답 비중이 증가했지만, 석유류 제품(-5.2%포인트), 공공요금(-4.4%포인트)의 비중은 줄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302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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