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다. 출점을 통해 외형을 확장하며 접근성을 무기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급성장했지만, 시장 포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몸집 줄이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토대로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가 내부적으로 추정한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연말 기준 5만4852개로, 전년 5만4875개에서 20개 넘게 줄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매년 1000개 이상씩 늘어나던 매장 수 신장률이 역성장한 것으로, 1988년 세븐일레븐 1호점인 올림픽점을 개점한 이후 36년 만에 첫 감소다.
편의점 2강인 BGF리테일 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 의 GS25는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며 점포 수를 늘렸지만, 출점 속도는 더뎌졌다. CU 매장 수는 지난해 1만8458점으로 696개만 증가했고, GS25도 전년 대비 722개 증가한 1만8112점을 기록했다. 두 편의점은 매년 1000개 가까이 점포 수를 늘렸지만, 지난해 점포 수 성장률이 대폭 둔화한 것이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점포 수가 978개 감소한 1만2152개, 이마트24는 6130개로 468개가 줄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선두권 업체들도 양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선별해 출점하거나 기존 경쟁사 매장 중 수익성이 좋은 점포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사로 유입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작년부터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면서 전체 점포 수가 줄어든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 규모는 33조5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매출 신장률은 2022년 9.8%에서 이듬해 4.7%로 반토막 난 데 이어 더욱 둔화한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외부 활동의 제약으로 거주지 인근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2021년 연간 기준으로 처음 대형마트를 제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매출 비중 2위에 올랐다. 이 기간 편의점 업계는 점포 수를 늘리면서 외형을 확장하고, 고물가 시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수를 띄워 지난해 하반기에는 4개월 연속으로 백화점을 제치고 오프라인 유통 매출 비중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다.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 줄어 2020년(2~3월) 이후 약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식품(-5.4%)과 비식품(-3.6%)을 가리지 않고 모든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줄었다. 설 연휴가 있었던 지난 1월에도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편의점은 1.7% 오르는 데 그쳤다.
수익성도 악화했다. CU와 GS25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6%와 10.9% 감소한 2304억원과 1946억원을 기록했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영업손실 844억원과 29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한 편의점 시장에서 이른바 '노른자' 지역에 출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과거처럼 점포 수를 늘려 매출을 끌어올리기보다는 특화 매장이나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내실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0개 미만으로 줄었던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 점포 수도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일본 전역의 편의점 수는 5만5736개다. 같은 기간 씨스페이스24까지 포함한 국내 편의점 5개 사의 매장 수는 총 5만5202개로 일본보다 534개 적다. 양국 편의점 수 격차는 지난해 5월 기준 61개까지 좁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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