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이 재건축·재개발 등 사업을 마쳐 해산한 후 청산하기까지 쓴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10년 넘게 청산 절차를 진행한 조합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 제출받은 전국 청산 조합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에서 청산한 게 확인된 조합이 327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조합이 해산할 때 잔여 자금은 1조3880억원 규모였는데 현재 남은 자금은 4867억원으로 9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 부분은 조합원에게 갔어야 할 돈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통상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을 마치면 해산 후 청산 절차를 거친다. 조합이 해산하더라도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하거나 소송 등을 위해 마지막 청산 절차를 거친다. 조합원 개개인의 재산권과 밀접한 절차로 꼽힌다. 그간 업계에서는 정비사업을 마친 후에도 조합을 해산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조합 유보금 등으로 조합장이나 직원 등이 급여나 상여 명목으로 지급하는 문제가 횡행했다. '청산연금'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해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이러한 점을 막기 위해 청산절차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수사의뢰하는 등 국토부,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산연금방지법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청산 조합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156개 조합이 당초 해산 시점에 9583억원을 잔여 자금으로 갖고 있었다. 이후 청산절차를 거치면서 현재 남은 자금은 2831억원으로 70% 이상이 소진됐다. 2010년 해산해 15년 가까이 청산을 마치지 못한 조합도 있었다.
부산에서는 46곳이 622억원을 갖고 청산을 시작, 현재 남은 자금은 171억원에 불과했다. 73% 정도를 썼다. 대구에 있는 조합은 684억원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241억원 정도 남았다. 대구에선 2008년 해산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한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27개 청산 조합 중 60곳은 국토부와 지자체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잔여 자금 확인이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청산 사유로는 다양한 요인이 꼽히는 가운데 주로 소송 진행이 대부분이라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청산 조합의 실태와 정보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조합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자 지난 18일 조합 정보공개시스템 구축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비사업이 끝난 후에도 조합원이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자료 보관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 의원은 "소송지연 등 고의로 청산을 지연하며 부당하게 쓰인 조합원들의 돈을 환수하고 조합원에게 정당하게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정부는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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