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예상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미국산 대두(콩)와 옥수수를 사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그의 핵심 지지기반인 농업계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미국 농무부의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 기업의 미국산 대두, 옥수수 구매 계약이 1월16일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20일 취임하기 전부터 미국산 콩과 옥수수를 구매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수출처가 미상인 계약이 증가했는데 이는 대부분 브라질 등 제3국으로 추정된다. 브라질 대두생산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4월 초 일주일 동안 브라질산 대두 약 240만t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중국 한 달 대두 소비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례적인 대규모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농산물의 대미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다. 그 결과 미국산 대두 수입 비중은 2017년 40%에서 지난해 20%까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산은 50%에서 70%로 확대됐다.
대두 이외에도 미국산 면화의 3월 수입액과 밀의 1분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90% 급감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도 1분기에만 30%나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될수록 미국 농업계의 조바심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미국 농업계는 1차 무역전쟁을 치르며 약 26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중국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잃었다.
칼레브 레그랜드 미국 대두협회 회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대중협상을 조속히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닛케이는 "미국 농업은 제1차 트럼프 정권 때보다 훨씬 약화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표면적으로 미국에 강경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도 수입 물가가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두는 돼지의 사료로 쓰이며 돼지고기는 중국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자재다. 만약 대두 가격 상승으로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 중국 민심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닛케이는 "중국인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시민 불만이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1989년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한 천안문 사건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하나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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