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해임 논의…'관세 비판' 파월에 "내가 원하면 당장 아웃"(종합)

WSJ "3월초까지 파월 해임 논의"
케빈 워시에 차기 Fed 의장 제안
美 재무, 파월 임기 보장 주장하며 내부 단속
트럼프는 파월에 또 해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지난달까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을 측근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경고한 파월 의장을 향해 불만을 감추지 않으며 "내가 원하면 당장 쫓아낼 수 있다"고 또다시 해임을 언급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파월 의장 해임에 반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만 서면 Fed 의장 교체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어 통화정책 독립성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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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까지 측근들과 파월 의장을 임기 만료 전 해임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논의해 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Fed 이사로서 임기는 2028년 1월 만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케빈 워시 전 Fed 위원을 만나 파월 의장을 조기 해임하고 그를 후임자로 임명하는 안을 의논했다. 워시 전 위원은 트럼프 2기 초대 재무부 장관 물망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다만 워시 전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하며 파월 의장이 독립성 침해 없이 임기를 마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반대하며 파월 의장 해임을 거론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그에 대한 공격을 수 차례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취재진을 만나 파월 의장과 관련해 "내가 그를 아웃(out)시키고 싶다면 그는 정말로 빨리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금리 정책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이 전날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 성장률 둔화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대놓고 불만을 표명하며 해임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통화당국 수장에 대한 불신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망신을 주고,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항상 늦고 틀리는 Fed 제롬 파월의 전날 보고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완전한 '엉망진창(mess)'이었다"며 "유가가 하락하고 식료품 심지어 계란 가격도 내리고 있다. 미국은 관세로 부유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월은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오래전에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그는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파월의 해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 관세폭격을 쏟아내면서 그동안 논평을 자제해 온 파월 의장도 전날 관세 정책이 미칠 파장을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관세 인상 수준과 범위가 Fed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봤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성장 둔화) 우려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물가 안정, 최대 고용이란 이중 책무가 충돌하는 어려운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Fed의 독립성은 법적인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법적 해임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2기 '경제 사령탑'인 월가 출신의 베선트 장관 역시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럼프 2기 출범 전 차기 Fed 의장을 조기 지명해 파월 의장의 힘을 빼는 '그림자 Fed 의장' 구상을 내놨지만, 지금은 내부 단속에 나서며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고 있다. 통화당국의 독립성 침해로 인한 금융 시장 혼란 우려가 커서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주 초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 작업이 가을에 이뤄질 것이라며 "통화정책과 관련한 Fed의 독립성은 보존돼야 할 보석상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파월 의장을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보다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행정명령에 주로 의존하고 있고, Fed 의장 해임과 관련한 법적 요건도 불명확해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솔직히 말해 (파월 의장 해임은) 핀이 뽑힌 수류탄과 마찬가지"라며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누적돼 "아무런 보장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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