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성통신 기업, 한국 진출 '각축전'

韓, 아·태 전략적 위치로 핵심거점 주목
스타링크·원웹 등 국내 서비스 준비

오는 6월, 글로벌 위성통신 기업들이 한국 하늘을 두고 각축전에 돌입한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유텔샛원웹의 '원웹'에 이어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가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저궤도 위성통신을 둘러싼 시장 주도권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스타링크는 스타링크코리아를 앞세워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 KT 자회사 KT샛과 제휴하고, LG유플러스와도 협업 중이다. 유텔샛원웹의 원웹은 한화시스템을 통해 국내 유통망을 확보하며 스타링크와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고, 최근 아마존은 아마존카이퍼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서비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통신 3사와 글로벌 기업 간의 연합 구도가 형성되며, 국내 시장은 복수의 위성 네트워크가 충돌하는 전장이 되고 있다.

지구 궤도에서 활동 중인 통신위성. 픽사베이 제공

지구 궤도에서 활동 중인 통신위성.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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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유수의 통신 인프라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위치에 있어 저궤도 위성통신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시 밀집 지역이 많고 기지국 구축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형이 공존하는 한국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좋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 모델을 검증한 뒤 인접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고도 200~2000㎞에 위치한 수천 기의 위성 군집을 통해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보다 전파 왕복 시간이 짧고 통신 지연이 적으며, 발사 비용도 크게 낮아 차세대 통신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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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저케이블이 닿기 어려운 지역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잠재력이 막대하다. 통신뿐 아니라 군사·재난·우주항법 등 주요 인프라와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주파수와 궤도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한국 전역을 안정적으로 커버하기 위해서는 약 500기 이상의 위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안보와 산업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국산 위성통신망 확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미 하늘 위 자리는 포화 상태에 가깝고, 스타링크와 중국 궈왕(國網) 프로젝트를 포함해 2030년까지 7만 기 이상이 저궤도에 발사될 예정이다.


주파수와 궤도는 선점 방식으로 할당되기 때문에, 늦더라도 발사 계획만이라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국방부는 최소 10기에서 최대 100기의 위성 발사를 계획 중이다. 이제는 기술 확보를 넘어 생태계 육성과 산업 기반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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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일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며 서비스 개시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과 단말 개설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며, 기업들은 적합성 평가 등 기술적 검증을 마치면 빠르면 6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정부 차원의 승인 절차는 5월 중 완료될 예정"이라며 "서비스는 사업자들의 준비 속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쟁은 단순한 서비스 출시가 아니라 위성 기반 통신 생태계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신호탄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는 평판형 안테나 기술을 기반으로 원웹, 호주의 텔스트라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LEO 위성 시대의 핵심 기술 공급사로 자리매김 중이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단순한 통신 기술을 넘어, 국가 간 연결 구조와 글로벌 정보 이동의 방향성을 뒤바꾸는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하늘 위 통신망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 기업의 전략과 국가의 제도가 엇갈리는 격전이 지금, 한국에서 시작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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