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미국의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사업의 설계 계약을 따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설계 기술을 66년 만에 종주국인 미국에 처음 수출한 쾌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미주리대의 열출력 20㎿(메가와트)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설계 사업이다. 미주리대는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기존 연구로(MURR)가 1966년 가동을 시작해 노후화되자 동위원소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2023년 4월 차세대 연구로 건설 사업 실시 공고를 냈다.
원자력연 컨소시엄은 그해 8월 사전 자격심사 통과 후 지난해 5월 예비후보로 선정, 8월 최종협상 대상자 선정을 거쳐 이날 사업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확정했다. 초기설계는 연구로의 개념설계, 상세설계에 앞서 건설 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설계 사전 정보를 분석하는 단계다.
과기정통부와 원자력연은 우리나라 최초 연구로인 '하나로'를 자력으로 설계·건설·운영한 기술력과 요르단 연구로를 설계·건설, 지난해 네덜란드 델프트 연구로 사업 참여 등 그간의 경험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자력연이 개발한 우라늄 밀도를 높여 핵확산 저항성을 키운 세계 유일의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이 이번 사업 수주의 핵심적인 기술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연구로 해외 진출 수출 전략을 강화하고, 민관협력형 수출기반 조성 및 기술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올리면서 과학 분야 연구·개발(R&D) 협력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사업 수주는 과거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도입할 때 도움을 줬던 미국에 역으로 연구로 설계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원자력의 새로운 성공 역사"라면서 "국가전략기술인 선진 원자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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