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3 조기 대선에서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공약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과 달리 경제정책 기조를 공정에서 성장으로 바꾼 뒤 이른바 '우클릭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도·보수층 표심을 공략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대표 캠프 핵심 관계자는 15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경제가 위기 상황이다. 경제 회복을 해야 하는 시점이고 성장이 우선"이라며 "연 25만원 기본소득 정책을 집행 수준까지 구상하기 어렵다. (공약으로) 논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제20대 대선 당시 민주당은 전 국민 보편 기본 소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연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토지이익배당과 탄소 배당을 재원으로 임기 내 연 100만원을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에도 기본소득 정책에 공을 들였다. 2023년 1월 본인이 직접 기본사회 구상을 뒷받침할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서 기본사회는 최소한의 삶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는 기본소득, 기본 주거, 기본금융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기본소득이 전면에서 사라진 것은 이번 대선을 향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기본소득은 보수층으로부터 '퍼주기', '포퓰리즘' 등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중도층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며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부터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정책이란 어떤 것은 하고 안 하고가 아니고 어떤 것을 더 우선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며 "우선순위 문제에 있어서 지금 대한민국이 너무 많이 부서지고 너무 많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다"며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한 상황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기본소득을 대신해 꺼내든 카드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었다. 이 전 대표는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성장 방법론에 대해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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