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으로 대선 후보 경선룰을 확정하면서, 경선 후보들의 최종 윤곽이 드러났다.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선 출마를 확정했다. 반면 김두관 전 의원은 후보 간 협의 없는 경선룰 결정을 비판하며 선거 불참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14일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6·3 대선 후보를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선출하는 이른바 '국민참여경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위원과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찬성 96.56%, 반대 3.44%로 집계됐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은 당 경선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앞서 민주당은 그간 당 대선 경선에서 당원 1표와 일반 유권자가 1표를 행사하는 국민경선제로 후보를 선출했다. 이에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는 당원 주권 강화와 역선택 방지를 위해서 국민참여경선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국민참여경선이 유력 대권 후보인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선거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당권을 장악한 이 대표가 권리당원 비중 50%에 달하는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나머지 50%인 국민 여론조사 역시 '국민경선' 방식에서 우려했던 '역선택'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권 장악력이 약한 비명계 후보들에게는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및 '국민경선' 방식과 비교해 불리한 경선룰인 셈이다.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경선룰 확정 직후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린 민주당 경선을 거부한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김 전 의원은 '완전 개방형 오픈프라이머리'를 경선룰로 제안했지만,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들과의 논의 없이 오픈 프라이머리가 불가하다는 경선룰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들과 협의 없는 경선룰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경선룰이 역선택 방지를 위함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신천지가 두렵고 전광훈이 무서운데 무슨 선거를 치르겠냐"며 "차라리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명단에 오른 사람은 참정권을 박탈하겠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선택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선택이고 했느냐"며 "그런 역선택이 민주당 경선에서 언제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배제한 민주당 경선 참여를 거부한다"고 재강조하며 "진정 민주당의 미래 모습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이 무엇인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국민의 희망을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당분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제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도 듣고,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민주당 경선룰에 대해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겠다"고 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의 심정으로 경선에 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원칙인 국민경선이 무너진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들께 실망을 드렸다는 점이 더 뼈 아프다"면서도 "당원이 결정한 만큼 무겁게 받아들인다. 오늘 이후로 가슴에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겠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겠다"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통 크게 단합하는 경선이 되도록 솔선수범하겠다. 국민만 보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유력 대권 후보인 이 전 대표와 주요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며 차별화에 집중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분권형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경제 전문가를 강조하며 대선 출마 직후 미시간주 출장으로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 대응에 나선 것도 이 전 대표와 차별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날 대선 출마를 확정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경선룰 논쟁은 일종의 샅바싸움일 뿐"이라며 "당이 결정하면 따르는 것이 당원의 도리"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 측은 경선 흐름이 이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 가더라도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역선택 우려가 없는 당원들의 참여 폭은 더 넓혀야 한다"며 최근 6개월 내 당비를 납부한 당원까지 포함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당에 역제안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김 전 지사가 이번 경선을 차기 당권을 노린 '착한 2등' 전략에 주목하기도 했다. 착한 2등 전략은 지난 5일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처음 언급했다. 유 전 이사장은 김 전 지사를 향해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이 전 대표를 향한 일극 체제 비판 등으로 당과 대립각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경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해 차기 당권 및 유력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실제 출마 일성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그는 지난 2월 개헌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전 대표를 압박했지만, 출사표에서는 "내란 종식의 완성은 개헌"이라면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개헌에 미온적인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통합과 연대를 강조하며 보폭을 맞춘 셈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다음 스텝을 위해 이 전 대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포용과 통합을 주장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경선 득표율 20~25%를 획득할 경우 다음 유력 후보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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