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달러마저 오락가락 정책에 급락 쇼크를 맞자,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 금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 13일 온스당 금 가격은 3237.9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가로, 1년 사이 약 40% 올랐다. 금 가격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 4%가 올랐다.
최근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8일까지 미국 나스닥 지수는 5거래일 동안 13.26% 급락했다. 그러나 9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상호관세 적용을 90일 동안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나스닥 지수는 하루 동안 12.16% 오르며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내 금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 금현물(24K·순도 99.99%)은 14일 g당 15만원에 육박한 14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에 근접했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2천500달러를 넘어서면서 금괴 1개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어선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금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요소는 수요다. 금은 생산량이 비탄력적이어서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 그중에서도 세계 중앙은행의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0~2021년 세계 중앙은행이 사들인 평균 금의 양은 481.36t이다. 이 기간 온스당 금 가격은 코로나19 기간 잠시 2000달러를 찍은 것을 제외하곤 줄곧 2000달러 아래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자 세계 중앙은행은 금 매수를 대폭 늘렸다. 2021년 금 매수량은 450.11t에 불과했으나, 2022년 1080.01t으로 2배 이상 늘린 뒤 2023년 1050.81t, 2024년 1044.63t으로 3년 연속 1000t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그 결과 금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 현재 3000달러 지붕마저 뚫었다.
금 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주요 요소는 달러화와 물가다. 달러화가 약세일 때와 고물가일 때 금 가격이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금이 달러화로 거래되고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이 화폐 가치를 일부 대신하기 때문이다. 14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99.00까지 급락한 뒤 소폭 반등했으나, 99.81로 여전히 100선을 밑돌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1월 고점 대비 9% 넘게 하락하며 금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금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WGC가 지난해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관의 69%가 향후 5년 안에 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달러화 약세, 고물가, 금 수요 증가 등 3박자가 맞물리며 금 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WGC는 지난 2월 발표한 '금 수요 트렌드' 보고서에서 "무력 충돌이 세계 무역 및 경제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의 순매수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지난해 4분기 금 수요가 회복되고 확대된 것을 통해 이를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커진 무역분쟁 우려가 금 가격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 우려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무역분쟁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은 투자 방법이 다양하게 나뉜다.
먼저 금은방이나 한국금거래소, 은행을 찾아 현물 금을 구입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현물 금 형태인 골드바는 10g, 100g, 1㎏ 등 여러 단위로 판매한다. 단 골드바 매입엔 부가가치세 10%와 거래수수료 3~5%가 따른다. 처음부터 15%의 손실을 떠안고 투자하는 셈이다.
가장 간편하게는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어 노후를 위한 재원 마련에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 계좌를 통해 거래할 시 매매 차익에서 15.4%의 배당소득세를 공제해야 한다.
은행에서는 실물을 보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을 위해 금 통장도 개설해 준다. 금 통장이 있으면 0.01g의 아주 작은 단위부터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금 시세 변동에 따라 잔액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통장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단점은 매매 차익이 생겼을 때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는 점이다.
주식처럼 금을 사고팔 수도 있다. 증권사에 금 거래용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을 통하면 된다. 매매 단위는 1g이며, 거래할 때마다 온라인 매매 수수료가 0.3% 수준으로 부과된다. 실물로 찾을 때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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