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의 높이는 곧 해당 인물의 권위로 연결된다. 압도적인 높이로 우러러보게 만들기 위해서다. 1900년 이후 세워진 동상들의 기단부를 제외한 평균 높이는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4.3m에 달했다. 해상왕 장보고와 이순신 장군 등 15m의 큰 키를 자랑하는 동상도 있다.
13일 아시아경제가 1990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제막된 동상 215개 중 크기가 공식적으로 기재된 116개를 분석한 결과 가장 키가 큰 동상은 2009년 전라남도 완도군에 지어진 장보고 대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동으로 제작된 이 동상은 키 15.5m, 무게 52t으로 동상을 받쳐주는 좌대까지 포함하면 높이가 31.7m에 달한다.
장보고 대사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 무역로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완도군은 이를 고려해 남해가 내려다보이는 완도읍 청해진 옛터에 이 동상을 세웠으며, 설치 당시 '동양 최대 크기의 장보고 동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보고 대사 다음으로 키가 큰 동상은 전남 진도군에 세워진 높이 15m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다. 좌대 높이 15m까지 포함하면 30m로 장보고 동상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다. 동상이 세워진 위치는 명량해전의 전승지인 군내면 녹진리다. 이순신 장군은 당시 울돌목 물의 흐름을 이용해 13척의 전함으로 왜선 133척을 궤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제막 당시 진도군은 '국내 최대 크기의 이순신 동상'이라고 소개했다.
15m로 높게 지은 동상도 있지만, 기단부를 제외한 동상들의 평균 높이는 4.3m다. 장군이나 역대 왕 동상은 대부분 그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평균 높이보다 컸다. 2009년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은 동상 높이 6.2m, 좌대 4.2m로 총 10.4m다. 2017년 경기도 안성시가 제막한 송문주 장군 동상도 5m 높이에 좌대를 포함하면 11m에 달한다.
전직 대통령 동상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2010년 전남 무안군에 건립된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은 좌대 2m를 포함한 높이가 총 6.3m며 2011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도 5m 큰 키에 좌대 0.4m로 전체 높이가 5m를 넘었다.
인물의 실제 키와 비슷하게 만든 동상들도 많다. 2010년 충청북도 음성군에 제작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동상은 반 전 총장의 실물 크기로 만들었다.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 선생 동상은 선생이 책을 펼친 모습으로 경상남도 통영시와 하동군에 각각 세워졌는데, 동상 높이는 실제 키와 비슷한 1.35m로 좌대 0.5m를 포함해도 1.4m다.
한편 동상에 들어가는 예산도 동상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예산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60개 동상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경북 안동시에 건립된 박 전 대통령 동상은 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으로 확보한 돈이 20억에 달한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세워진 충무공 이순신 동상도 주민들의 성금을 포함해 15억원이 들어갔다. 반면 1억원이 넘지 않는 동상도 있었는데, 2005년 전남 구례군에 세워진 명창 송만갑 선생 동상은 3500만원, 2019년 경기도 이천시에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동상은 5700만원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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