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가 꽃처럼 피어났습니다. 봄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머금고 살랑거리고 있습니다. 파도치듯 흔들리는 초록 물결의 속삼임 뒤로 노랗게 물든 유채꽃이 화답합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청보리 소리에 귀 기울이며 절로 마음이 맑아집니다. 청보리밭 너머 짙푸른 바다 멀리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이 이어집니다. 섬 둘레를 따라가는 해안 산책로는 마을과 마을을 관통하고 연결합니다. 길을 걷다 허기지면 해녀들의 갓 잡은 해산물에 맛볼 수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해질녘의 청보리의 푸른빛이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바다와 하늘과 뒤섞여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제주도의 모습은 다양하다. 복잡한 듯 한가롭고 무엇보다 자연이 아름답다. 발길 닿고 눈 돌리는 곳의 자연풍광은 곧 감동이 된다. 특히 이맘때의 제주는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보기만 해도 저릿한 설렘을 자아내는 봄꽃, 유채꽃은 제주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더 제주의 봄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가파도 청보리밭이다.
가파도는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사이에 있다. 제주도의 부속도서 가운데 우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서울 여의도의 3분의1 정도다.
서귀포 운진항에서 배에 오른지 10여분 만에 가파도 선착장에 닿았다. 청보리축제가 열리는 5월 6일까지는 30분 간격으로 운항이 증편된다. 축제에 맞춰 가파도를 찾은 여행객들로 섬은 알록달록 더 화려해 졌다.
가파도의 봄은 푸르름으로 파도친다. 이곳의 보리밭은 53만㎡로 섬 면적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청보리는 '향맥'이라는 제주 향토 품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길고 푸르게 자라 봄이 되면 푸른 물결이 굽이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겨울 추운 날씨 탓에 푸르름을 자랑하는 청보리는 아직 덜 자랐지만, 유채꽃, 무꽃과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광객들은 푸른 청보리밭과 노란 유채꽃에 반하고, 막힌 것 없는 시원한 풍경에도 푹 빠진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은 "익어가는 보리밭을 기대하고 왔지만 아직 덜 자라 아쉽다"면서 "그러나 초록빛과 어우러진 유채밭과 시원한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즐거워했다.
가파도는 상동과 하동, 두 마을로 이뤄졌다. 섬 전체를 걸어서 둘러보려면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상동 선착장에서 왼쪽 방향으로 자박자박 걷다보면 '6개의 산'이란 이정표와 만난다. 제주의 산 7개 가운데 영주산을 제외한 한라산, 산방산 등 6개의 산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이정표를 지나면 멀리 국토의 막내 마라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가파도엔 전깃줄이 없다. 지중화 공사로 전깃줄은 땅에 묻혔고, 풍경을 망치던 전봇대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옛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가파도를 가장 제주다운 제주라고 하기도 한다.
요즘 가파도는 온통 보리 물결이다. 집이 들어선 곳을 제외하면 섬 전체가 보리밭이다. 4.3km 해안도로 사이사이로 농로와 마을길이 나 있어 어디를 걸어도 넓고 시원하고 평화롭다. 걷는게 불편하면 선착장 인근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좋다. 1~2시간 돌면 섬의 구석구석까지 둘러볼 수 있다.
보리밭 사이를 지나 마을 안길과 해안, 밭담을 따라 일주하는 5㎞의 가파도 올레길(10-1코스)도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오르막이 별로 없고 길이도 길지 않아 '놀멍 쉬멍'(놀며 쉬며의 제주어) 걷기 딱 좋다. 길을 따라 걷다 허기가 진다면 해녀들이 갓 잡은 해삼, 전복, 성게, 소라, 돌미역 등도 맛볼 수 있다.
하동방파제에서 주민들이 물 긷고 빨래하던 '동항개물', 물질 끝낸 해녀들이 곁불을 쬐던 '불턱' 등을 지나 하동포구에서 섬 가운데를 가로지르면 중간지점에 가파초등학교가 있다. 초등하교를 지나 선착장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노란 유채밭과 초록빛 청보리밭,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른 제주바다는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여행메모
가파도는 서귀포 운진항에서 5㎞ 정도 떨어져 있고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 위쪽에 위치한 섬이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운진항에서 배로 10분 걸린다. 배편은 오전 08:40분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평균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축제기간에는 증편된다. 가파도 선착장에서는 오전 09:00부터 17:10까지 본섬으로 운항된다.
4월과 5월, 가파도의 60만㎡에 달하는 넓은 청보리밭은 푸른 물결로 춤을 춘다. 섬 둘레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마을을 관통하는 올레길(10-1) 있어 청보리밭 사이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올해 청보리축제는 5월 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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