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中 관세 145%" 무역전쟁 우려 재점화에 급락…관세 유예 약발 끝

3대 지수 일제 하락…역대급 랠리 하루 만
백악관 "대중 관세 125% 아닌 145%"
미·중 관세 전쟁, 경기 둔화 불안 지속
美 국채 30년물 금리 7bp ↑…매도세 지속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상호관세 전격 유예 조치 시행 하루 만인 10일(현지시간) 일제히 5% 안팎 급락했다. 트럼프 2기 집권 후 145%까지 치솟은 대중 추가 관세로 미·중 무역 전쟁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재차 증폭되며 매도 물량이 속출했다. 주요 지수가 전날 역대급 상승분을 대거 반납하며 전날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는 '반짝 효과'에 그쳤다. 상호관세 유예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미 국채 대량 매도 현상도 30년물 등 초장기물 중심으로 지속되는 흐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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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4.79포인트(2.5%) 하락한 3만9593.6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88.85포인트(3.46%) 미끄러진 5268.0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37.66포인트(4.31%) 급락한 1만6387.3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날 각각 17년, 24년 만의 최대 랠리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급락 전환했다.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애플은 4.24% 떨어졌다. 테슬라는 7.27% 내렸고 엔비디아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은 각각 5.91%, 6.74% 미끄러졌다.


시장은 전날 상호관세 유예로 역대급 랠리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올렸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상호관세를 기본 10%만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별 관세는 90일간 전격 유예하면서 매수 심리가 폭발했다. 하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심은 하루 만에 급격히 얼어붙었다.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 갈등 증폭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지수 낙폭이 커졌다. 이날 백악관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율이 총 125%가 아닌 145%라고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 맞불을 놓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34%에서 두 차례에 걸쳐 84%, 125%까지 올렸다. 백악관은 이는 상호관세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앞서 중국에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단속 문제로 10%씩 두 차례에 걸쳐 20% 부과한 관세까지 더하면 트럼프 2기에서 매겨진 대중 추가 관세는 총 145%로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145%에 이르는 대중 관세와 관련해 "전환 비용과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결과는 아름다울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협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와 관련해서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그럼에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발효) 연기가 도움은 되지만 불확실성을 줄이지는 못한다"며 "중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심 코프의 멜리사 브라운 응용 리서치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며 "(대중 관세)145%는 내일 또 다른 숫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 (관세) 얘기와 투자자들의 인식이 너무 많이 바뀌고 있어 바닥인지 정점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날 상호관세 유예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거론되는 국채 금리 상승은 장기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bp(1bp=0.01%포인트) 오른 4.41%를 기록 중이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7bp 뛴 4.8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으로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투매가 발생하고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했다. 이로 인해 미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 거래의 청산 압력이 커지며 금융 위기 우려가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내놨다.


달러도 내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1.77% 하락한 100.8을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 발표된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다. 2021년 2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2월(2.8%) 수치는 물론 시장 전망치(2.5%)를 모두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 올라 2021년 3월 이후 최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직전월(3.1%)과 전망치(3.0%) 역시 밑돌았다. 고물가 고착화 우려는 일부 덜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이전 시점의 지표란 점에서 향후 물가 반등 가능성은 남아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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