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면서 의결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한 게 국민대표권과 탄핵소추안 관련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쟁의 사건을 헌법재판소가 각하했다.
헌재는 10일 오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재판관 6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정계선)의 각하 의견과 재판관 2인(정형식·조한창)의 인용 의견으로 '각하'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탄핵소추안을 가결 선포한 행위와 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에게 송달한 행위가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부여된 청구인들의 국민대표권과 탄핵소추안 관련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을 가결 선포한 행위와 소추의결서 등본을 피소추자 한덕수에게 송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부여된 청구인들의 탄핵소추안에 관한 심의·표결을 침해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소추안 가결선포행위가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과 의회민주주의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심의와 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우선 탄핵소추안이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여당 측 주장과 관련해 "단순히 국회의 재량 사항인 법사위 회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들의 그에 관한 어떠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소추 기준이 아닌 국무총리 기준(일반정족수 기준)을 적용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 권한대행 의결정족수와 관련한 확립된 해석이 없는 상황에서 피청구인이 일정한 의견수렴을 거쳐 '일반 의결정족수'를 적용한 것을 두고 헌법이나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거나 그로 인해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헌법은 대통령 탄핵안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200석)로, 국무총리 등 일반 공직자의 경우는 재적의원 과반수(151석)로만 정하고 있다.
이어 헌재는 "본회의 표결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었음에도 이를 스스로 행사해 반대에 투표하지 아니한 이상, 만에 하나 피청구인이 의결정족수를 잘못 판단해 적용함으로써 그에 따라 가결 선포가 이루어졌다고 해고 청구인들의 이 사건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의장에게 구두 항의를 한 이후 실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반대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우 의장이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에 앞서 국회의원들의 의결정족수에 관한 의견 수렴이나 토론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고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나서야 '일반 의결정족수'를 적용한다고 공지한 행위는 주재자의 중립성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헌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의회민주주의 원리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법정 의견과 달리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이 사건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적ㆍ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큰 사안이므로 어떤 의결정족수를 적용할지 결정하기 전에 표결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을 거쳐 숙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 국회의원의 강한 반발과 항의가 계속 이어졌으나 피청구인(우 의장)은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표결 절차를 그대로 계속 진행했고, 결국 청구인들 대부분이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이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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