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또 한 번의 국가 운영 실험에 돌입한다. 이번 선거는 기존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큰 사건 이후에 치러지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피로감 속에서 이뤄지는 변화다.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동시에 불신과 경계심도 공존할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감정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이 판단력을 잃기 쉬워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묻지마 지지'와 '근거 없는 비난'이 반복되기 쉽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전히 정권을 마치 스포츠팀처럼 응원하거나, 정책과 상관없이 무조건 불신한다.
당연하게도 정부는 감정적인 호불호의 대상이 아니라 차가운 평가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잣대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차기 정부에 대한 평가의 기준, 즉 명확한 벤치마크를 사전에 설정할 때다. 그래야 정부가 어떤 성과를 내든지 그것이 실제로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기준 없는 평가는 결국 또다시 감정싸움으로 귀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물론 우리가 설정해야 할 평가지표는 다양한 시각을 망라해야 한다. 예컨대 단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수치 하나로 경제를 평가하기엔 현실이 너무 복잡하다. OECD 평균 대비 한국의 상대적 성장률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아가, 정부 부채 증가를 통해 이루어진 성장인지, 혹은 생산성 기반의 질적 성장인지에 대한 분석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일시적인 재정 투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면 그것은 실질적인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자본시장 시가총액의 세계 순위 등락 등도 중요한 평가지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코스피 지수가 올랐다고 환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주요 국가들의 평균 대비 한국 증시가 얼마나 상승했는가를 비교해야 하고 자본시장이 국민들의 투자소득이나 근로소득에 얼마큼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의 개선 여부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단기적인 복지 확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표가 개선되었는지 따져보는 부차적인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교육, 외교, 노동시장, 기술혁신 등 분야마다 실질적이고 정량적인 기준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벤치마크의 설정은 단순히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실행을 통해 국민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다. 기준이 있을 때 비로소 정책도 방향성을 갖고 설계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포털 알고리즘 등을 통해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 시대에 진실을 판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판단한다면, 국민은 혼란 속에서 정부의 성과를 잘못 평가하게 되고, 나아가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할 위험이 커진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전가된다.
지금 당장 차기 정부의 벤치마크를 설정하자. 감정이나 정치적 성향이 아닌, 명확한 기준과 합리적 판단을 중심으로 정부를 평가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을 선정하고 그 평가를 실행하는 학자들과 언론의 역할이 중대하다. '정권이 바뀌면 나라가 잘못될까 불안한 사회'가 아니라, '누가 집권하든 기준에 따라 책임지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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