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막판 단일화를 이뤘다.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은 단일화를 통해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 안 의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이같은 청사진이 실현되는 줄 알았으나 안 의원은 배제됐다.
안 의원은 3일 아시아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단일화 이후의 뒷 얘기를 전했다. 그는 "DJP 연합(김대중 정부 출범 후 약 3년간 구성된 연립 내각)처럼 반반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면서 "의료, 경영, 교육 등 제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 대해서만 사람을 추천하고 정책을 제안하겠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제가 추천한 사람을 안 썼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 의원은 침묵을 지켰다. 말을 아낀 이유에 대해 그는 "결국 권한의 크기는 책임의 크기와 비례한다"면서 "국정 전반에 대해서 대통령 본인이 다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국민 앞에서 단일화를 하면서 약속했는데, 결국은 그것이 안 지켜졌다"면서 "의료개혁이나 대학 연구비 삭감 등 추진되는 정책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안 의원은 "과도한 권력에 비해 과소한 견제 구도여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말을 못 하게 되고, 그 실수가 점점 축적되면서 임기가 지날수록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한다"면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한국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가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와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행정 전반의 권한을 비롯해 국회가 거부해도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인사권을 갖고 있고 감사권, 심지어 정부 입법을 통해 입법권도 행사할 수 있어서라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안 의원은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87년 체제 이후에 대통령 5명이 감옥에 갔고, 2명의 대통령은 아들이 감옥에 갔다"며 "한 분은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 불려가기 직전 정도 되는 것 같다. 결국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감사원을 행정부가 아닌 독립적인 헌법 기구로 만들어서 행정부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입법부 개혁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과도한 입법 권력은 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면서 "300일 동안 30명을 탄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된 감사원이 생긴다면 국회에서 탄핵안을 처리할 때도 사전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정치적인 목적으로 기능을 못 하는 정부를 만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의원은 "권력구조 개편 이전에 IT 기술 지원 관련 바꿔야 할 부분이 있고 국가의 국민 복지에 대한 책임 강화,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담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개헌을 통한 국민 기본권 향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개헌 사항은 아니지만, 선거법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체제는 사표를 양산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들의 실제 생각과 괴리가 생기면 선출직으로 구성된 입법부는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안 의원은 "독일 방식처럼 중대선거구를 통해 의원을 선출하면 사표를 줄일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은 존재하지 않게 되고 연정을 할 수밖에 없고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은 중도적인 정책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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