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투자한 팀프레시도 먹튀 우려?…발란 사태 후폭풍

새벽배송 물류업체 팀프레시
배송서비스 일시 중단
유동성 위기 유통산업 확산

새벽배송 전문 물류업체 '팀프레시'가 유동성 위기로 배송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폭풍 성장한 e커머스 시장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대행하며 사세를 확장했지만, 내수 침체 속에서 배송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익성 부진이 이어져 자금난이 악화된 탓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KT 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2000억원 상당을 성장 잠재력에 베팅했다. 하지만 명품 플랫폼 발란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연명한 팀프레시도 외부 투자금 유치가 지연될 경우 영업 재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팀프레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초 이달 1일 예정된 투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택배 기사들의 운영 거부가 예상되자 3주간 새벽배송을 중단한 것이다. 팀프레시는 오는 21일부터 서비스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팀프레시는 지난 1~2월에도 운송료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새벽배송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었다. 택배 기사들은 지난 2월 말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파업을 단행했다. 현재 1~2월분 운송료 지급이 지연되고 있으며, 3월분은 선지급됐다. 회사 측은 오는 10일 투자금이 납입되면 택배 기사들에게 완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회사 측 계획대로 투자금이 제때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발란의 경우 지난 2월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직후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자금조달 시장에서 e커머스 관련 기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다. 업계에선 팀프레시에 대한 투자금 납입이 지연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팀프레시 관계자도 "자본시장이 악화하면서 자금이 급하게 필요할 경우 기업가치를 낮춰서 투자를 유치했는데, 기존 고밸류로 들어온 투자자들과 조율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면서 "현재 기업가치가 기존보다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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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설립된 팀프레시는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새벽배송 대행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했다. 창업 첫해인 2018년 27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지난해 5444억원까지 불어나 7년 만에 200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 같은 높은 성장세를 보고 외부 투자도 잇따랐다. 팀프레시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2019년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16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쳤다. 현재 KT가 지분율 17.79%로 최대주주며, 창업주인 이성일 팀프레시 대표가 2대 주주다. 이외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털(VC) DSC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등 기관 자금도 다수 투입됐다.


하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2023년 541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781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쿠팡과 컬리 등 대형 새벽배송 고객들이 자체 물류망을 확보하면서 경쟁이 격화한 탓이다.


팀프레시의 현재 고객사는 현대그린푸드, 파리바게뜨, NS홈쇼핑, 오아시스 등 6000여곳에 달하며 시장 점유율은 90%다. 팀프레시는 투자금이 납입되면 배송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e커머스 시장 거래는 신뢰가 기반인 만큼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경우 사업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팀프레시 고객사인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새벽배송 주문은 비활성화하고 일반 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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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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