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CKL 도쿄는 매일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개소한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평균 비즈니스 미팅 세 건이 진행된다. 방문객의 열에 아홉은 한국·일본의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거나 사업을 구체화한다. 이미 공동제작에 착수해 손발을 맞추는 기업들도 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을 만들었던 자유로픽쳐스가 대표적 예다. CJ ENM 재팬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에 송출될 드라마를 제작하고, 일본 지상파 방송사와 현지에서 방영될 드라마를 기획·개발한다. 전자칠판이 있는 컨퍼런스 룸에서 의견을 모으고, 100석 규모의 세미나실인 인터랙티브 홀에서 의상, 소품 등을 점검한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비결은 잦은 미팅과 회의다. 자유로픽쳐스는 CKL 도쿄에 지사를 마련했다. 지난해 입주기업으로 선정돼 사무공간은 물론 법률·세무·회계 컨설팅, 계약서 검토,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받는다. 혜택을 누리는 다른 기업으로는 ▲방송·영화 분야의 '인디컴', '이븐이엔티' ▲만화·웹툰 분야의 '투유드림', '디씨씨이엔티', '몬스터라이엇', '씨엔씨레볼루션' ▲애니메이션·캐릭터 분야의 '더핑크퐁컴퍼니',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 ▲음악 분야의 '네모즈랩', '제이엠쥐' ▲게임 분야의 '스카이워크' ▲뮤지컬 분야의 '에이치제이컬쳐' ▲증강현실(AR) 분야의 '투핸즈인터랙티브', '애니펜' 등이 있다. 하나같이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노린다.
CKL 도쿄를 운영하는 이혜은 콘진원 도쿄비즈니스센터장은 "대부분 드라마 공동제작, 만화·웹툰 지식재산(IP)의 애니메이션화 등 협업을 추진한다"며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대체로 수월하게 진행한다"고 밝혔다. 몇몇 기업은 이미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핑크퐁', '아기상어' 등의 슈퍼 IP를 보유한 더핑크퐁컴퍼니의 경우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법인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캐릭터 사업을 전개한다. 오는 5일부터 이틀간 TBS에서 주관하는 '아소비 마나비 페스타'에서 '베베핀' 공연을 선보이고, 도쿄·치바·고베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핑크퐁' 뮤지컬 투어를 진행한다.
주혜민 사업개발총괄이사(CBO) 겸 일본 법인장은 "2022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해 신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핑크퐁컴퍼니가 지난해 현지 키즈카페 리틀 플래닛과 조성한 팝업스토어에는 약 12만8000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출시한 사운드북은 6개월 만에 13만 권 이상 팔렸고, 웹툰 '문샤크: 상어가 스타성을 타고남'은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 '라인 망가'에 서비스돼 인기를 끌었다. 주 CBO는 "그동안 다져온 IP의 인지도와 파급력을 축으로 콘텐츠 배급, 오프라인 공연, 제휴 사업 등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KL 도쿄는 이 같은 사업에 탄력을 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현지 복수 유관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부터 스크리닝, 피칭 등 행사를 열어 비즈 매칭을 진행한다. 이 센터장은 "일본에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관련 정부 기관과 기업에서 벌써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은 최근 콘텐츠 수출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음악, 게임 등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총무성도 교육기관과 제휴, 해외 기업과 협업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한다. 이 센터장은 "가장 눈여겨보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관심이 뜨거운 만큼 비즈매칭이 국내 기업들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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