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자 및 회수 시장이 동시에 얼어붙은 가운데, 상장 벤처캐피털(VC)의 종합 실적이 전년 대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어려운 경영 상황에도 절반 이상의 상장 VC가 배당을 진행했다. 보수총액 20억원 이상을 수령한 VC 임직원은 총 6명으로 나타났다.
31일 VC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VC 17곳 중 11곳의 성과·관리보수 합계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VC는 벤처투자 펀드를 운용해 기준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 성과보수를 받는다. 관리보수는 펀드 자체를 관리한 대가로 받는 보수다. 전체 상장 VC 19곳 중 회계연도 기준 기간이 다른 SV인베스트먼트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연기를 요청한 엠벤처투자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전년 대비 성과·관리보수 합계가 늘어난 곳은 대성창투(57.69%), DSC인베스트먼트(38.66%), TS인베(27.83%), 린드먼아시아(22.22%), 플루토스(20%), 미래에셋벤처투자(19.8%) 등이었다. 반면 에이티넘인베스트(-63.64%), 큐캐피탈(-61.09%), LB인베(-41.33%) 등은 성과·관리보수 합계가 전년보다 줄었다. 다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은 2023년 운용 펀드의 청산 등으로 대규모 성과보수(1130억원)를 실적에 반영했던 게 기저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성과·관리보수 합계는 총 469억원으로 전체 상장 VC 중 1위였다. 이어서 미래에셋벤처투자가 242억원, 아주IB투자가 23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장VC의 성과·관리보수 합계는 2023년 3409억원에서 지난해 2370억원으로 30.48% 감소했다.
VC가 보유한 벤처펀드의 지분가치를 의미하는 조합지분법 이익은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 LB인베스트(154억원), 나우IB(131억원), 컴퍼니케이(119억원) 등이 100억원대 지분법 이익을 기록했다. 지분법 이익이란 VC 등 투자회사가 투자한 회사의 이익 중 투자사의 지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식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말한다. 특히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전년 31억원에서 71억원으로 지분법 이익이 많이 증가했으며, 큐캐피탈도 16억원에서 31억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SBI인베스트는 26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수총액 20억원 이상을 수령한 상장 VC 임직원은 총 6명이었다. 각 상장사는 보수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직원들이 있을 경우 5인까지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1위는 79억원을 수령한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으로, 상여로 74억여원, 급여로 4억여원을 각각 받았다. 김 부사장은 2022년 보수총액은 283억원, 이듬해 211억원 등 상장 VC 업계에서 연봉킹으로 불려 온 인물이다. 이외에도 이정훈 우리기술투자 대표(28억원), 신기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28억원), 권경훈 큐캐피탈 회장(22억원),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22억원), 김영훈 대성창투 대표(20억원) 등이 2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한편 지난해 상장 VC 절반 이상이 배당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톤브릿지벤처스가 가장 높은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 비율)을 보였다.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하며 배당 성향 151.72%를 기록한 것이다. 통상 VC는 영업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배당에 인색한 경우가 많지만, 최근 성과 공유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VC들도 주주 친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HB인베스트먼트(89.8%), 나우IB(23.9%), 아주IB투자(71.2%), LB인베(53.6%), 미래에셋벤처투자(52.8%), 에이티넘인베스트(29.7%), DSC인베(9.68%) 등도 주주 친화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TS인베스트먼트는 당기 순손실에도 배당을 실시하면서, 배당 성향 -16.7%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기술투자, 대성창투, SBI인베스트, 큐캐피탈, 컴퍼니케이, 플루토스 등 6개 사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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