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닮은꼴 대만을 가다](상)"대만 에너지전환 재앙적 실패…韓, 원전 포기 말아야"

천원쥔 파미르 법률사무소 변호사

천윈쥔 파미르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20일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천윈쥔 파미르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20일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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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은 ‘재앙적 실패(catastrophic failure)’입니다."


지난달 20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파미르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천원쥔 변호사(사진)는 탈원전을 앞두고 있는 대만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기업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는 천원쥔 변호사는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전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무탄소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며, 재생에너지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타이베이 녹색소비자재단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원쥔 변호사는 대만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현재 그리고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전력망을 통해 공급하는 전기의 최대 7%만이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이라며 "에너지의 93%를 수입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만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무탄소에 대한 대안없이 신뢰할 만한 에너지원을 없애려 한다"며 "액화천연가스(LNG)는 가장 비싼 화석연료이며 대만은 LNG를 운반, 하역, 저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대만 국토가 충분히 넓지 않고 바람은 겨울철에만 강해 재생에너지의 안정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천원쥔 변호사는 대만의 에너지전환을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가 내세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SMR이다. 기존 대형원전의 폐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SMR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원쥔 변호사는 "SMR은 안전하면서도 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원자력과 관련해 각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봤다"며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0여개 국가에서 SMR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SMR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전기 확보 방안을 고민 중인 한국에 대해서도 "전 세계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를 주도할 수 있는 원자력 기반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SMR 개발과 수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MR 제조시설과 공급망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SMR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규모를 확대해 SMR 건설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방에 비해 중국의 SMR 기술이 앞서 있다며 한국이 SMR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타이베이(대만)=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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