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골프장 AI 이끈다]①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

캘러웨이골프 33년 경영 용품사 대표의 변신
골프업계 무인화 예상 최첨단 싱글 카트 생산
신속한 플레이 진행, 골프장 수익성 개선
골퍼 따라다니는 무인 카트 개발 배치 임박

국내 골프장이 위기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골퍼 수가 줄면서 골프장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골프장을 떠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업도 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는 기업을 만났다. 바로 골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AI 기업가다.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이사는 "AI 기술이 접목된 싱글로 국내 골프장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KGBA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이사는 "AI 기술이 접목된 싱글로 국내 골프장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KGBA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 골프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33년간 한국캘러웨이골프를 이끌던 그가 골프장 카트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메이트모빌리티가 선보인 1인승 카트 ‘싱글(SINGLE)’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창원 공장에서 생산되는 싱글은 단순한 카트가 아니다. AI 서비스를 탑재한 혁신적인 운반 수단이다. 이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싱글은 노캐디 플레이 시대에 최적화된 혁신적 솔루션"이라며 "골퍼와 골프장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골프를 사랑하는 경영인이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3년간 한국캘러웨이골프 대표를 역임했다. 최근에는 경남 창원의 아라미르CC에서 직접 싱글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아라미르CC에 싱글 8대를 공급해 본격적인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골퍼가 직접 싱글을 운전하며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이용료는 5만원으로, 캐디 비용(1인당 약 6만5000원) 대비 최소 1만5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 대표는 "11개 골프장에서 1년 4개월간 테스트를 거쳤고, 싱글을 이용한 골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아라미르CC는 중지 잔디를 사용하고 있어 카트 진입에 문제가 없다. 싱글의 무게는 350kg으로, 바퀴 1개당 하중은 약 85kg이다. 이 대표는 "85kg 골퍼가 걷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에어가 들어간 고무바퀴로 주행해 실제 잔디에 가해지는 압력은 70kg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잔디 손상은 무게보다 트래픽 문제다. 같은 길을 반복 주행하면 손상이 생기는데, AI로 진입로와 퇴출로를 자동으로 조정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아라미르CC에 싱글을 16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경량화에 성공한 싱글은 국내 골프장 페어웨이 진입에 문제가 없다. 사진제공=KGBA

경량화에 성공한 싱글은 국내 골프장 페어웨이 진입에 문제가 없다. 사진제공=KGBA

원본보기 아이콘

이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카트를 선택했다. 40여년간 골프를 즐기며 여러 나라의 골프장을 경험한 덕분이다. 특히 일본 사례가 큰 참고가 됐다. 일본도 과거 한국처럼 캐디 1명이 3~4명의 골퍼를 담당했지만, 최근 캐디 부족으로 노캐디 플레이가 급격히 확산됐다. 현재 일본 골프장의 90%가 노캐디로 운영된다. 이 대표는 "한국도 일본처럼 노캐디 선호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싱글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싱글을 반기는 골퍼와 골프장이 점점 늘고 있다. 골퍼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골프장은 수용 가능한 팀 수가 늘어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글은 1인승 초경량 카트로 페어웨이 진입이 가능하며, 캐디 없이도 쾌적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독립식 서스펜션을 적용해 경사진 코스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구동계와 배터리 등 주요 부품도 국내 우수 기업 제품으로 신뢰성을 높였고, 교체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싱글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GBA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싱글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GBA

원본보기 아이콘

싱글에는 AI 기술도 집약돼 있다. 노캐디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밀 지오펜싱 기술을 적용했다. 위험 구역을 설정해 플레이어가 해당 구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메이트 시스템’을 통해 캐디처럼 실시간으로 플레이 정보를 제공한다. 홀컵까지의 거리, 고저차를 반영한 보정 거리, 해저드 위치 등도 안내한다.


싱글은 중앙 관제 시스템으로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하며, 싱글 앱을 통해 골퍼가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다. 골프장은 카트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메이트모빌리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싱글을 도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싱글은 캐디가 해주는 일을 대부분 대체한다"며 "골퍼는 캐디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이사는 "자율주행 기능까지 더해진 싱글로 K골프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GBA

이상현 메이트모빌리티 대표이사는 "자율주행 기능까지 더해진 싱글로 K골프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GBA

원본보기 아이콘

그는 싱글을 통해 골퍼의 비용 부담은 줄이고, 라운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장의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지고, 혜택은 결국 골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골퍼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카트가 따라오는 기능도 테스트 중이다. "한국은 골프산업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싱글을 통해 K골프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