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우리엄마 생각나네" 전세계 폭싹 울렸수다

부모·가족 보편적 이야기로 공감대 형성
국내 1위, 글로벌 6위 '국민드라마' 인기

'폭싹 속았수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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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아, 엄마가 가난하지 니가 가난한 거 아냐. 쫄아붙지마. 넌 푸지게 살아."


1960년대 제주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9살 애순(아이유)이는 오늘도 해녀인 엄마가 걱정돼 앞바다로 향한다. 애순의 엄마 광례(염혜란)는 전복을 딸 때까지 좀처럼 물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애순은 엄마가 올라와 휘파람을 불 때까지 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내 어망 태우는 고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 아픈 울 어망.' 애순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쓴 이 시는 광례의 가슴을 울린다. 광례는 문학소녀 애순의 손을 잡고 말한다. 꿈을 잃지 말고, 마음껏 날아오르라고. 남편과 사별한 광례는 악착같이 물질을 하다 숨병(감압병)으로 2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애순은 동네 친구 관식(박보검)과 결혼해 첫딸 금명(아이유)을 낳는다. 어린 부부는 가난 속에서도 딸을 악착같이 키워 서울대에 보낸다. 애순은 유학길에 오른 금명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준다. 금명은 엄마가 신문지에 싸준 쌈짓돈을 보며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나는 그들의 꿈을 먹고 날아올랐다. 엄마의 꿈을 씨앗처럼 품고. 엄마의 꿈이 나에게로 와. 아주 무겁고, 아주 뜨겁게. 기어이 날갯소리를 냈다."

'폭싹 속았수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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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6.25 전쟁 이후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1951년생 애순과 그의 엄마, 그리고 1969년생 딸 금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던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다. "엄마처럼 안 산다"는 딸의 외침은, 사실 엄마처럼 희생하며 살 수 없다는 고백으로 극을 관통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 많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김원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조부모와 부모 세대에 대한 헌사이자 자녀 세대에 대한 응원가"라고 소개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 7일 봄편(14화), 14일 여름편(58화)에 이어, 21일 가을편(912화)과 28일 겨울편(1315화)이 공개된다. 로맨스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부모와 가족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밝고 따뜻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액션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가운데,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착한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1029세대는 물론 4050 중장년층에도 인기가 높다. 공개 이후 "고생하며 살아온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부모님 생각나서 계속 울었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해외 반응도 좋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3일 만에 36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비영어권 톱10 시리즈 부문 4위에 올랐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10개국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 전 세계 TV쇼 부문 6위를 기록했다. 미국 매체 로튼토마토는 "리얼하고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평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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