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책硏 "영유아 사교육 학업성취 효과 미미"

2008년 출생아 2150명 대상 연구
삶 만족도·자존감엔 오히려 부정적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3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유아 사교육이 학업성취나 정서 발달에 미치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8년 4~8월 태어난 2150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한국아동패널 조사 결과를 활용해 3~5세 때의 사교육 경험이 이후 초중등 때의 학업수행능력 등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아동의 지능, 부모의 소득 수준, 출생 순위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오직 사교육의 독립적 효과만을 검증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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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영유아 사교육 경험은 초기 학업수행능력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그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아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정서적 측면에서도 사교육의 유의미한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만족도가 더 빠르게 향상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사교육만으로는 아동의 학업성취나 정서적 안녕을 장기적으로 보장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초등학교 1학년 아동 72명을 검사해 사교육 경험의 단기적 영향도 살폈다. 검사 결과를 보면 아동의 사교육 경험이 언어능력, 문제해결력, 집행기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학습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아동은 자존감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학습이 아닌 예체능 사교육에서는 일부 교육 효과가 발견됐다. 체육과 무용 등 신체 사교육 프로그램 경험이 있는 아동은 성실성과 타인 이해 능력이 높게 나타났다. 또 예술 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집중력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작았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목적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이지만, 이러한 효과는 제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며 "오히려 사교육 횟수나 시간이 증가할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유아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놀고 부모와 함께하는 경험으로 시간을 채워나감으로써 원하던 성장과 발달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기준 전국 유아 사교육기관은 총 8761곳으로, 대체로 인구수에 비례해 분포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66% 이상 몰려 있으며, 시군구 중엔 서울 강남구가 277곳으로 가장 많았다. 유아 대상 외국어학원은 전국 956곳 중 85% 이상이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돼 있었다.


앞서 지난 13일 교육부는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교육부가 통계청에 의뢰해 조사한 것으로, 조사 대상은 6세 미만 영유아 1만3241명이다. 정부 주도로 유아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3만2000원이었으며,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집 특별활동·유치원 특성화 프로그램·EBS 교재비·어학 연수비 등은 항목에서 제외됐다.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절반에 가까운 47.6%로 집계됐다. 2세 이하 24.6%, 3세 50.3%, 5세 81.2%로 연령과 비례해 증가했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심층 연구를 거쳐 내년에는 국가 승인 통계를 활용한 영유아 사교육비 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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