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가 젊은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서강대 게페르트남덕우경제관에서 열린 '한국의 양극화 극복의 모색'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 원장,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학장,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원본보기 아이콘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14일 오후 서강대 게페르트남덕우경제관에서 열린 '한국의 양극화 극복의 모색' 세미나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불평등도가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층이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불평등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설문조사를 했을 때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80% 정도다. 통계보다 실제 생각은 더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니계수 통계와 불평등 인지 사이 온도 차가 발생하는 것은 자산불평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집을 가진 그룹과 없는 그룹 간 자산 격차를 비교하면 2017년 5.4배에서 2021년 6배로 늘었다"며 "집값이 더 오르면 사지도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고 서울 사는 사람들, 청년층으로 가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정부부터 이어진 대출 규제가 젊은층의 자산형성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연봉 1억원에 대기업을 다닌다고 해도 신용대출 없이는 3040대가 정상적으로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소득은 있지만 자산 쌓은 게 없는 소위 '대기업 흙수저'는 대출 규제 때문에 2020년 부동산 호황기에도 집을 살 수 없었다. 소득 없어도 부모가 돈이 많아서 상급지 투자소득을 누린 이들에 비해 내 소득은 저 강남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소득자인 영끌족의 가계부채가 늘어났지만, 건전성은 사실 더 높다. 가계대출이 늘어서 위험하다고 하지만 건전성 측면에서는 담보가 가장 좋고, 소득 많은 젊은층이 산 것"이라며 "은행의 대출이 기업이 아닌 가계로만 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폭탄 터질 것처럼 보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강남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 지정을 해제하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공급이 상대적으로 제약된 사회에서 제한된 지역의 수요를 억눌렀을 때는, 그 수요가 풀어졌을 때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주택 보유 여부가 자산불평등도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가 계층 사다리를 막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거시건전성 규제는 주택가격 안정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치권이 양극화 해소라는 명목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 사회자로 나선 김광두 서강대남덕우기념사업회장은 "여야 공통으로 감성에 접근한 포퓰리즘 정책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야당이 말한 기본사회는 포퓰리즘의 결정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있는 것을 다 없애고 기본소득으로 가자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고 기존 것을 그대로 놔두고 기본소득을 한다는 것은 재원 마련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분명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평등은 정치적으로 취약한 용어이기 때문에 숫자를 정확히 봐야 한다"며 "데이터로 증명하고 논쟁을 투명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가 재정이 튼튼한 상태서 현금을 주면 기꺼이 받겠지만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누구 돈으로 주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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