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하반기에 자사 이어폰에 실시간 통역 기능을 탑재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중국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통역 이어폰'이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14일 중국 관영매체를 인용해 중국 업체들은 단돈 9.9달러(약 1만5000원) 등 저렴한 가격대 제품으로 미국 이민자 시장을 공략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스타트업은 고급화 전략에도 시동을 걸며 전 세계로 판로를 넓혀갔다.
중국 중앙TV(CCTV)는 중국 남부 도시인 선전의 스타트업인 타임케틀이 출시한 통역 이어폰의 해외 주문이 최근의 AI 붐을 타고 급증했다고 전했다. 업체에 따르면, 관련 제품은 현재 전 세계 17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 중 북미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그러면서 5년 이상 거래해온 한국의 바이어도 올해 5000개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임케틀의 창업자인 톈리는 CCTV와 인터뷰에서 "방향과 거리 정보를 기반으로 소리를 식별하는 독자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면서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잡음을 걸러내고 필요한 내용만 더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임케틀 제품 중 비즈니스 미팅용으로 출시된 제품은 약 20만원 수준이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몇만원짜리 '가성비 제품'은 미국의 다양한 이민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출시하고 있다.
중국 소매점 '미니소'의 미국 지점을 통해 출시된 9.9달러짜리 초저가 동시통역 이어폰은 미국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다양한 후기가 나왔다. 해당 이어폰은 미국 미니소 출시 한 달 만에 200만달러(약 30억원)어치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소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앤커의 24.99달러짜리 P20i 이어폰도 저렴한 가격으로 아마존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이를 두고 중국 현지 매체들은 애플의 에어팟 통역 기능과 연관 지어 "애플이 중국의 9.9달러짜리 이어폰을 따라 하는 것인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애플이 자사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에 최근 보청기 기능을 추가한 데 이어 실시간 통역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언어장벽 제거를 목표로 에어팟에 실시간 통역 기능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현재 개발 중인 이 기능은 올해 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형태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으며, iOS19 업데이트와 함께 연동될 것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에는 양방향 통역 방식이 적용돼 에어팟과 아이폰이 각각 역할을 분담한다.
아이폰이 통역 허브 역할을 수행해 A언어를 B언어로 변환한 후 에어팟을 착용한 사람에게 통역된 오디오를 전송하고, B언어는 A언어로 통역돼 아이폰 스피커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한편, CCTV는 스타트업인 타임케틀이 성공하기 전까지 겪었던 실패 사례들을 상세히 전하면서 젊은 개발자들의 도전정신을 부각했다. 2019년 휴대용 번역기를 먼저 개발했던 이 업체는 20만대를 야심 차게 생산했다가 부정확한 음성 인식과 느린 번역 속도로 인해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아 제품 대부분을 폐기해야 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기술 혁신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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