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극심한 분열로 혼란을 겪는 미국 사회를 진단한 책이다. 저자는 2023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염기서열을 밝혀낸 게놈지도 프로젝트를 총지휘한 유전학자다. 과학자이자 신앙인. ‘21세기의 C. S. 루이스’로 불리는 팀 켈러 목사가 임종을 앞두고 병상에서 저자에게 집필을 독려했다고 알려진다. 그가 바라보는 미국 사회는 진보좌파와 우파보수의 극단적 정치 견해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나머지 67%의 중도층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과학과 제도에 대한 불신, 왜곡된 정보가 사회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 코로나19 당시 의료 당국과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미국에서만 23만명이 죽음을 맞았다. 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의 4배가 넘는 숫자다. 저자는 이런 왜곡에 속지 않을 지혜의 4가지 원천을 소개한다.
지혜란 무엇일까? 지혜가 지식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지식이 곧 지혜는 아니다. 지혜에는 도덕적 틀을 이해하고 이를 삶에 통합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아간다.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지혜는 진리를 신중히 분별하도록 이끌고, 길이 분명하지 않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려준다. 지혜에는 경험, 상식, 통찰이 포함된다. <18쪽>
자신의 신앙이 과학을 불신하라고 요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거나, 정치적 충성이 진리, 신앙, 과학보다 더 나은 지혜의 원천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한쪽 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정당도 선이나 악을 독점하지 않는다. <27쪽>
정치가 우리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면, 진리, 과학, 신앙에서 나오는 통찰을 흐릿하게 만들거나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위험이 따른다.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는 마치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망에만 삶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이런 편협한 관점은 믿을 만한 출처가 아니라, 우리를 ‘이기게’ 해줄 것처럼 보이는 정치적 목소리를 신뢰하게 만든다. <40쪽>
음모론에 중독된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마치 강제로 약물을 끊게 하는 상황과 같아서, 이를 어떻게든 피하려 한다. 대신, 또 다른 가짜 해방감을 얻기 위해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더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90쪽>
“나는 왜 존재하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도덕의 근거는 무엇인가?”, “왜 무無가 아니라 무언가가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매우 중요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과학만능주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이 과학적으로 답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치 없다고 여겨지고 논의에서 배제된다. 과학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진리를 찾는 다른 방법들을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84쪽>
10명 중 3명은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선거 부정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의 약 3분의 2가 그렇게 믿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14명 중 1명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객관적 사실에 대해 극단적인 당파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은 이 사안에 심각한 인지 편향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85쪽>
지혜가 필요한 시간 | 프랜시스 콜린스 지음 | 이은진 옮김 | 포이에마 | 360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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