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서비스 물가 하락으로 정체되며 시장 예상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된 가운데 소매물가에 이어 도매물가까지 내리며 물가 상승 우려는 일부 진정됐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월 PPI는 전월과 비교해 보합을 기록했다. 1월 수치(0.6%)는 물론 전문가 전망치(0.3%)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PPI는 전년 대비로는 3.2% 올라 역시 전월 수치(3.7%)와 시장 예상치(3.3%) 모두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1% 내렸다. 시장에서는 0.3% 상승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하락했다. 1월 수치(0.5% 상승)도 크게 밑돌았다. 근원 PPI는 전년 대비로는 3.4% 올라 역시 전월(3.8%)과 전망치(3.6%) 둘 다 하회했다.
도매물가 정체는 서비스 물가가 전월 대비 0.2% 내린 여파가 크다.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기계·차량 도매 마진이 1.4% 내리면서 서비스 물가를 끌어내렸다. 상품 물가는 전월 대비 0.3% 올랐는데 이 가운데 조류 인플루엔자로 가격이 치솟은 계란값 상승률은 53.6%에 달했다. 돼지고기, 신선·건조 채소, 전력, 담배 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휘발유는 4.7% 하락했다.
도매물가인 PPI는 소매물가인 CPI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난달 PPI 정체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은 완화됐다. 전날 공개된 2월 CPI 역시 전년 대비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2.9%), 전월 수치(3.0%)를 모두 밑돈 2.8%에 그쳐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다만 이날 PPI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눈여겨 보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구성 항목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세부적으로 병원 입원 치료비가 1% 올랐고,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비용이 0.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발표될 2월 PCE 물가지수는 예상보다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관세 정책도 향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관세 효과가 경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는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개최 전 마지막으로 공개된 인플레이션 지표는 모두 긍정적이지만 Fed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재 4.25~4.5% 수준으로 동결할 전망이다. Fed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영향을 평가하며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고용 지표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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