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이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전원을 채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지난해 불거진 회계사 미지정(실무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것)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형 법인의 채용 부담, 수습 연봉 감액에 따른 신입 회계사 반발이 커질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빅4 회계법인이 올해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 전원을 수습 회계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빅4가 로컬(중소형) 회계법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실무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올해 공인회계사 예상 선발 인원인 1200명은 대형 법인에서 2년의 수습 기간을 보낸 뒤 정식 채용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은 회계법인 등에서 2년간 실무 수습을 받아야만 공인회계사로 정식 등록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안은 신규 회계사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회계사 시험 합격자 수(1250명)가 전년(1100명) 대비 늘어난 반면 회계법인 채용 규모는 쪼그라들면서 200여명의 미지정 회계사가 생겨났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최소선발 예정 인원을 50명 줄였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도 약 300명이 실무 수습기관을 찾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한공회가 오는 8월 시작되는 회계사 채용에 적용할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한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사법고시 합격자들도 2년 동안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 판·검사로 임관하거나 변호사가 됐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빅4가 회계사 시험 합격자 100%를 수용해 일종의 ‘사관학교’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단번에 회계사 합격생을 대폭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니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장 대형 회계법인들은 신규 회계사 전원 채용 움직임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채용 인원 증가에 따라 인건비 부담은 물론 관리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아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비용이 아니더라도 이들을 모두 수용, 관리할 수 있는 물리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수습 회계사 연봉을 현재보다 낮게 책정해 회계법인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6000만~7000만원대 수준인 대형 회계법인 수습 회계사 연봉을 4000만~5000만원대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수습 회계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신규 회계사 입장에서는 기존 합격생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더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셈이니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연봉이 줄어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지만 2년 후에는 원상 복귀가 가능하니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며 “회계법인들과 합격자 서로 양보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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