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정상영업 한다더니…앱에서 '당당치킨' 뺐다

주력 델리식품 온라인 판매 중지
재료수급 차질…협력사 대금 지급 '불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애플리케이션)에서 델리메뉴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이자 주력 상품이었던 '당당치킨'과 '고백스시'등을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온라인에서는 구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기업회생 절차와 별개로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홈플러스의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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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앱 첫 화면에서 '델리/밀키트'로 연결되는 탭을 삭제했다. 기존에는 해당 버튼을 누르면 홈플러스가 판매하고 있는 델리 메뉴와 밀키트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었지만, 델리 메뉴 판매를 종료하면서 해당 탭을 삭제한 것이다. 델리식품은 치킨, 샌드위치, 스시, 샐러드 등 전자레인지 등에 음식을 데우는 등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현재 앱에서는 주요 델리메뉴인 '당당치킨', '솥솥강정', '두마리옛날통닭'은 검색이 되지 않는다. '당당' 시리즈는 당일 조리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둔 제품으로 주력 상품은 당당치킨이다. 이 상품은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치킨으로 주목받으며 출시 2년여 만에 1000만팩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러다. 가성비 스시로 인기를 끌었던 '고백스시', '실속스시' 역시 검색 결과가 없다고 안내된다. 양장피, 유부초밥 등 다른 델리 메뉴로 구성된 '홈플식탁'은 '일시품절'로 안내되지만, 치킨과 스시 제품은 검색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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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홈플러스는 델리식품을 집으로 배송하는 '델리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보기와 먹거리 주문을 앱을 통해 동시에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델리식품이 소비자들의 집으로 배송됨에 따라 매출이 27% 늘었고, 주문고객 수도 34%나 급증했다.

홈플러스가 매출 기여도가 높은 델리 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델리 코너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델리메뉴는 납품받은 재료들을 사용해 고용된 직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구조다.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재료 공급을 보수적으로 집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내부적으로 온라인 배송 물량까지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점포에서 제품을 직접 만들 필요가 없는 밀키트는 앱에서 정상 판매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런으로 당당치킨 등 일부 델리 상품 물량 주문이 늘어 직원 노동 강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잠시 닫았던 것"이라며 "오해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이를 불식하기 위해 금일 중 점포별 재고가 노출되도록 조치하고 판매가 다 됐다면 일시품절로 표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부터 올초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납품업체들이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나섰다. 1월 판매대금이 이달초 지급돼야 하지만,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가전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LG전자와 주요 식품사인 롯데웰푸드, 동서식품,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와 거래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과 농심, 대상, 오뚜기 등은 아직 납품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금 지급이 이뤄지는 상황을 보고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하고 순차적으로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진화에 나섰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기준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3월 영업활동을 통한 순 현금 유입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총 가용자금은 6000억원을 상회한다"며 "이날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해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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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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