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입도 못 떼고…연봉 8000만원, 하루 1.64시간 일하고 가져갔다[예스맨 사외이사]②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활동 살펴보니
연 평균 405시간 일하고 연봉 8043만원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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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챙겨간 보수가 최고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정된 안건에서 단 한 건의 '반대표'도 행사하지 않아 '거수기'(본인 주장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1억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까지 챙겨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권이 사외이사 교체로 쇄신을 도모하고 있지만 소폭 교체에 그처 거수기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4대 금융지주의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32명(KB 7명·신한 9명·하나 9명·우리 7명)은 지난해 평균 405시간을 일하고 평균 연봉 8043만원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한 해 동안 논의된 161건의 '결의안건'에서 단 한 건의 반대표도 던지지 않은 채 고액 연봉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사회 구성 및 보수한도를 정하는 것마저 사외이사들이 '찬성'으로 통과시키면서 정당성과 신뢰성마저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금융그룹 전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제때 인식하고 통제해야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의안건에도 빠짐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부결되거나 보류된 안건은 '0'였다.


사외이사들이 한 해 동안 받은 보수는 최소 5529만에서 최고 1억26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연간 업무시간은 평균 405시간 수준으로, 업무강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공휴일 및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64시간 근무에 불과한 수준이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연 평균 428시간을 일하고 평균 9232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6695만원에서 최고 1억266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외이사는 권선주 이사회 의장이다. 사외이사들의 평균 업무시간에는 회의 참여시간, 사전 간담회 시간, 안건 검토시간 등이 포함됐다.

이어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연 평균 406시간을 활동하고 평균 8058만원(보수를 받지 않는 지성배 사외이사는 제외)을 수령했다. 최저 6040만원에서 최고 9450만원으로, 정찬형 이사회 의장이 9450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신한지주 사외이사들은 평균 436시간을 근무하고, 평균 7804만원을 받았다. 사외이사들이 수령한 연 보수는 최저 6540만원에서 최고 9210만원으로, 윤재원 이사회 의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연 평균 347시간을 활동하고, 평균 7078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저 5529만원에서 최고 8918만원으로, 역시 이정원 이사회 의장이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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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ESG평가원이 지난해 발표한 '사외이사 연봉수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사업보고서 제출을 완료한 100대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연봉 평균은 8052만원이었다. 이는 2022년 평균 7921만원 대비 1.7% 늘어난 액수다. 2022년 상승률 6.4% 대비 증가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교체로 쇄신에 나섰지만 거수기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7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5명 중 4명을 교체한 우리금융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폭 교체에 그치면서다. 금융지주별로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와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수는 ▲KB금융(임기만료 6명·신규선임 2명) ▲신한금융(임기만료 7명· 신규선임 2명) ▲하나금융(임기만료 5명·신규선임 1명) 등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의 사외이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외이사들이 투명한 공모절차를 통해 선발된 경우보다 유관기관 추천 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의사결정에 있어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또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 두 가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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