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97%가 올해 우리나라에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전쟁, 안보 지형 변화 등 세계 질서 개편이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심리까지 위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기업 활동을 억누르는 규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악화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가운데 30%는 지난해보다 자금 상황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기업규제 전망조사'와 한국경제인협회의 자금사정 조사에서 나왔다. 특히 경총은 올해 전망조사에서 경제위기 여부를 묻는 문항을 처음 포함했다. 대내외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50인 이상 508개사 대상으로 '2025년 기업규제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은 '올해 경제위기가 1997년보다 심각'(22.8%)하거나 '1997년 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상당한 위기가 올 것'(74.1%)으로 답했다. 반면 '올해 경제위기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아울러 기업의 34.5%는 올해 기업 규제환경이 '전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과 유사할 것'이라는 응답은 57.4%,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8.1%였다. 규제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지난해 조사에서 14.8%에 그쳐, 1년 만에 무려 2배 넘게 늘어났다.
규제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이유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규제 강화'(45.7%), '국회의 기업 규제 입법 강화'(29.1%), '정부의 규제혁신 의지·동력 약화'(26.9%) 등을 꼽았다.
올해 기업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애로 및 규제로 38.4%(복수응답)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 부담'이라고 답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규제(28.3%), 주52시간제 등 근로시간 규제(22.8%)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치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으로 47.2%(복수응답)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라고 답했으며 '소비 심리 위축 및 내수 부진 심화'(37.8%),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 위축'(26.0%)이 뒤를 이었다.
기업이 정부에 가장 바라는 규제혁신 정책으로 '규제 총량 감축제 강화'(37.2%·복수응답), '적극행정에 대한 공무원 면책제도 강화'(23.4%),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22.4%)이라고 답했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세계 무역규제 강화와 대내 정치 불안으로 우리 기업들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개혁은 국가의 예산 투입 없이도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유도해 경제 활력을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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