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電力이 국력]②"현재 美 에너지의 두배 더 필요"… 원자력·화력 재등판

AI, 검색보다 에너지 10배 소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전력망 큰 부담
구글·MS·아마존 발전소 마련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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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공장(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자체 발전 시설을 짓도록 하겠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1일 미 백악관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일본 소프트뱅크,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참여하는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된다. 첫 번째 데이터센터는 텍사스주 애벌린에 지어질 전망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공개된 이후 가장 먼저 제기된 의문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가 디지털 인프라와 전력을 제공할 예정이며 전력원의 일부는 태양광과 배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픈AI 대변인은 원자력부터 배터리까지 미국 전력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기 수요, 인도와 맞먹어"

AI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엄청난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는 세계 각국의 숙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우리가 원하는 AI가 현실이 되려면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두배가 필요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챗GPT가 하나의 질문을 처리하기 위해선 2.9와트시(Wh)의 전기가 필요하다. 반면 구글 검색에는 0.3Wh의 전기가 쓰인다. AI가 검색보다 10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AI 데이터센터에 많이 쓰이는 엔비디아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의 전기 소모는 700와트(W)다. 60인치 평면TV의 8배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는 10만장의 H100을 이용한다고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xAI에 들어간 GPU만 70㎿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2만3000가구의 전력 사용량과 비슷한 규모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B200은 H100에 비해 거의 두배가량 전력 소모가 많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5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16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의 1~2% 정도를 소비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는 3~4%로 늘어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수요의 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전력 회사들이 500억달러(약 72조원)를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까지 도출했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전망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2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데이터센터 부하가 3배 증가했으며 2028년까지 2~3배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의 2배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이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은 전 지구적인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웨덴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두배 상승할 전망이다. 영국 에너지기업 내셔널그리드는 AI 붐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데이터센터 수요가 50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는 "2034년이 되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기 소모량은 인도 전체 사용량과 유사한 1580TWh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석연료로 유턴하는 美 빅테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전력망에 큰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를 위한 전력 수요 급증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공급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원자력, 화석연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배런스는 "원자력이든, 화석연료 발전소든 AI 인프라 구축이 더욱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화석연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메타는 루이지애나주에 400만 제곱피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데이터센터는 천연가스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위스콘신에 33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가스발전소를 찾고 있다. 구글, MS,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와 전력 구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미국의 석유&가스 회사들은 가스 화력발전소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셰브런은 엔진넘버1과 함께 4GW급 가스 발전소를 지어 미국 남동부, 중서부, 서부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말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1.5GW급 가스화력발전소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에너지 부장관을 지낸 댄 브루예트는 WP에 "중요한 점은 현재 기술로는 재생에너지가 그들이 원하는 에너지의 양을 제공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력 수요와 관련없는 中 딥시크 쇼크

지난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지만 개발비가 훨씬 적게 드는 ‘딥시크 R1’을 개발해 발표하자 전 세계는 들끓었다. 개발비는 물론 전기 소모도 미국의 AI에 비해 10~40분의 1 정도로 덜 소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딥시크가 공개된 뒤 일부에선 AI에 대한 전기 수요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전기 사용량이 적은 AI모델이 개발돼도 전체 사용량 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미 보스턴대 컴퓨터 전문가인 아이세 코스쿤은 "(딥시크가) 효율성을 가져오겠지만 AI 에너지 수요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올리비에 블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데이터센터 성장 예측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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