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자와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할리우드 유명 배우 진 해크먼이 사후 9일간 방치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샌타페이 카운티 보안관 애던 멘도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시관의 초기 조사 결과, 해크먼의 심장박동 조정기가 지난달 17일 작동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해크먼이 지난달 17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만약 그가 당일 사망했다면 시신이 발견된 지난달 26일까지 9일간 시신이 방치된 셈이다.
95세인 해크먼과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벳시 아라카와(65)는 지난달 26일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시신 발견자는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두 명의 노동자였다. 당시 해크먼은 부엌 옆에 있는 청소실에서 발견됐고, 부인 아라카와의 시신은 욕실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또 욕실 옆 부엌 조리대 위에는 처방 약병과 약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들 부부와 함께 이들이 키우던 반려견 한 마리도 숨진 채 발견됐다. 진술서를 보면 시신의 손과 발은 모두 '미라화'됐다. 일반적으로 시신 미라화는 사망 2주 후에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당국의 수사 초기에는 사망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의심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멘도사 보안관은 "시신의 일산화탄소 독성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지만, 집에 누군가 강제로 침입했거나 물건을 뒤진 흔적은 찾지 못했다. 시신에는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시신 발견 당시 집의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수사관들은 이들 부부의 휴대전화와 수첩 등을 살피는 한편 가족과 이웃, 주택 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탐문해 이들을 마지막으로 보거나 이들과 연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해크먼 부부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이들이라 그동안 이들 주변에서 생긴 일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사 당국은 해크먼의 집에 감시 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집 관리를 하는 한 인부는 이들 부부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시점이 약 2주 전이었다고 전했다. 사인을 규명하는 최종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ㅍ
폭스뉴스는 유명 배우들의 출연작 흥행 수입 등을 통해 보유 재산을 추산하는 웹사이트 '셀러브리티 넷 워스(Celebrity Net Worth)' 데이터를 인용해 해크먼이 40여년간 배우로 활동하며 벌어들인 재산이 8000만달러(약 11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는 전처와의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뒀다.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액션, 범죄, 스릴러, 역사물,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8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슈퍼맨' 시리즈, '노웨이 아웃',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로얄 테넌바움' 등이 있으며,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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